모아나 실사판, 영화 속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류재도의 테마가 있는 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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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웨이파인더스 테이블을 가다
웨이파인더스 테이블 외관 / 사진. ©류재도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속담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다.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모아나>에서 바다의 선택을 받아 머나먼 항해를 떠나는 주인공 '모아나'다. 풍요롭던 모투누이 섬에 내린 저주를 풀고자 하는 꿈을 품었던 모아나.



‘탈라’ 할머니는 손녀에게 항해자 본연의 모습을 일깨워 주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모아나가 바다의 연결자이자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할머니는 눈을 감은 후에도 가오리 영혼으로 환생해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모아나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통해서 저주를 풀었고, 바다를 연결해 주는 모두의 길잡이로 거듭난다.
웨이파인더스 테이블 외관 / 사진. ©류재도
실사 영화로도 제작돼 지난 8일 개봉한 <모아나>(2026)에서는 이국적인 남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한 번쯤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아낼 정도다. 풍요를 되찾은 모투누이 섬에 직접 가볼 수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모아나 실사 영화보다 더 실감 나는 환경에서 모투누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에 있는 '웨이파인더스 테이블'(Wayfinder's Table) 레스토랑이다.



2025년 홍콩 디즈니랜드 20주년을 맞이하여 기존에 있던 '타히티안 레스토랑'에 모아나 서사를 입히고 탈바꿈한 이곳은, 디즈니 최초의 모아나 테마 레스토랑이다. 2024년 개봉한 <모아나 2>의 세계관까지 녹여냈으며, 오세아니아 물길을 항해하는 사람들이 어울리면서 음식을 나누는 곳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디즈니의 창업주 월트 디즈니는 시청자가 디즈니의 영화를 보고 듣기만 하는 일방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진화시키고자 했다. 1955년에 디즈니랜드를 만들면서 테마파크라는 개념을 정립했는데, 손님이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오감을 통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입체적 스토리텔링 기법이었다. 그래서 미각을 깨우는 경험은 테마파크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웨이파인더스 테이블에서 모아나 세계관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스토랑 내부 그림 장식 / 사진. ©류재도
가파른 경사 지붕 구조의 레스토랑 건물은 '마이크로네시안 바이'(Micronesian Bai)라고 하는 오세아니아 건축 양식을 형상화했다. 바이는 공동생활을 위한 전통적인 모임 공간인데, 부족의 전설이나 역사적인 기록을 묘사하는 그림 장식이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레스토랑 내부에도 모아나 세계관 속 이야기를 묘사한 그림들이 즐비하다. 숨겨진 고대의 섬 '모투페투', 탈라 할머니의 가오리 영혼, '타우타이 바사' 선조의 고래상어 영혼, 물길을 헤쳐나가는 모아나의 모습 등, 영화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채가 입혀진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손으로 직접 그렸기 때문에 생동감도 넘친다.



<모아나 2>에서 모투페투 섬을 찾아 떠나는 항해에 뽑힌 식량 담당 선원이 있다. 모투누이 섬에서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사의 달인, '켈레' 할아버지다. 웨이파인더스 테이블에서 서빙되는 음식의 식재료는 켈레의 농장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하며, 모든 메뉴는 탈라 할머니의 레시피로 만들어진다고 전해진다. 모투누이 부족의 마을에서 그들의 음식을 맛보는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흥미로운 발상이다.

모아나 스토리를 담은 대표 메뉴 / 사진. ©류재도
모든 메뉴에는 모아나 스토리가 입혀졌다. 인기 키즈 메뉴 '항해자의 치킨 난 피자'는 코코넛 해적 캐릭터 '카카모라' 모양의 그릇에 서빙된다. 피자의 도우에 인도식 난을 쓰는 이색적인 메뉴다. 닭고기, 시금치, 으깬 감자, 모차렐라 토핑 위에 곁들여지는 망고 처트니 소스는 열대 지역의 풍미를 새콤달콤한 감칠맛으로 이끌어낸다.

도시락통처럼 2단으로 분리되는 그릇의 하단부에는 사이드 메뉴가 들어있다. 웍으로 볶은 브로콜리, 당근, 버섯 등의 채소 모둠, 잘게 썬 오이에 요거트를 버무린 샐러드, 마시멜로 쿠키까지,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단도 챙기면서 먹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익스플로어 더 오션 - 바나나 코코넛 프리터' 메뉴는 모아나의 카누 모양 접시에 서빙되는 독특한 플레이팅부터 눈길을 끈다. 부드럽고 미끈한 바나나의 식감에 바삭함이 더해져서 천상의 풍미를 자아내는 이 튀김 요리는 열대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이다. 시나몬 소스, 코코넛 커스터드, 건조 코코넛 가루 토핑이 더해져서 이국적인 풍미가 깊어졌다. 사이드로 제공되는 마요네즈 소스를 찍어 먹는다면 고소함과 달콤함 사이를 넘실대며 맛의 파도를 탈 수 있을 것이다.

&lt;모아나: 귀향 축제&gt; 스테이지 쇼 / 사진. ©류재도
웨이파인더스 테이블 맞은편에는 '정글 정션' 야외무대가 있다. 모아나가 저주를 풀고 모투누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모험 이야기인 <모아나: 귀향 축제> 스테이지 쇼가 하루 여러 차례 공연되고 있다. 신나는 북소리와 함께하는 연기자들의 생동감 넘치는 퍼포먼스, 독창적인 인형극,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들이 어우러지고, 공연 후에는 모아나 캐릭터를 직접 만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캐릭터 그리팅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뮤지컬 공연 관람 시 프리 시어터 다이닝이나 포스트 시어터 다이닝을 함께 조합하는 것처럼, 웨이파인더스 테이블 다이닝과 <모아나: 귀향 축제> 관람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오감을 모두 활용해서 모아나 세계관을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의 길잡이로 거듭나는 모아나 / 사진. ©류재도
모아나 이야기는 모투누이 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저주로부터 시작되었다. 웨이파인더스 테이블은 풍요를 되찾은 모투누이 섬에 모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풍성한 먹거리가 있고, 꿈을 찾아서 길을 떠나는 사람들을 이곳으로 초대하고 있다. 길의 끝에는 해피엔딩이 있다. 모아나처럼 뜻을 세울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 모두는 함께 웃으며 음식을 나눌 수 있는 지상낙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