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에서 후루룩 '콧등치기' 먹고, 통영에선 뜨끈한 물메기탕 한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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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관광공사 선정 2월 가볼만한 겨울 식도락 여행
메밀전병 등 강원도 시장의 미(味)담
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부림’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거리가 많아 여행자로 하여금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를 일으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현 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는데,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먹던 음식은 여행자의 별미가 됐다. 굵고 투박한 면이 콧등을 친다고 해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
충남 예산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1964년 둘레 40㎞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가 준공되자 동네 사람들은 농사짓다 틈틈이 모여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여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양념과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깻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 곳이 있다.
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고, 참꼬막은 고급 꼬막으로 즙이 풍부하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과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돼 있다.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 싶다.
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말한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보자.
살살 녹는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
거제 대구와 통영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고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에서는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이 코스로 나온다. 생대구와 곤이가 담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도시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