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아파트 집단대출 규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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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기 위해 종합대책을 내놨다. 내년부터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빚을 내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는 구조로 주택담보대출 관행을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다만 금융위는 한 가지 예외를 뒀다.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갚는 거치식 구조를 놔두기로 한 것이다. 집단대출을 잘못 건드리면 모처럼 살아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금융위의 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도 가계부채가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3분기 1166조원에서 연말이면 120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차입자가 늘어나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으려면 집단대출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 안팎에서 올해 9월 말 35%로 급증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집단대출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은행이 충분하게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집단대출 규제 필요한가’를 주제로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찬성, 반대의 관점에서 펼친 주장과 논리를 소개한다.



찬성 / 개인 빚 상환능력 고려 안 한 대출, 투기수요·가계부채 부실 키울 것

올해 집단대출 41조…예년보다 증가속도 너무 빨라





최근 분양물량 급증과 함께 개인의 대출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이 예년에 비해 3~4배 정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 잔액은 41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9조1000억원 증가했다. 예년 연간 평균 증가액이 2조~3조원인 것을 감안할 때 최근 대출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또한 지난 8일 발표한 한국은행의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올해 10월 중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 약 12조원으로 월간 증가 규모로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가계대출의 월별 증가 규모는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50만가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0년 이후 현재까지의 연평균 27만가구를 크게 초과한 두 배에 가까운 물량이다. 금액으로는 약 150조원에 해당해 예년 평균인 80조원을 크게 웃돈다. 대부분 아파트 분양은 집단대출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일정 시차를 두고 중도금이 지급될 때마다 분양받는 사람들의 가계대출로 인식되므로 현시점에서 분양물량의 급증은 앞으로 수년간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를 의미한다.
중도금 집단대출은 금융회사가 시공사(건설사 혹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담보로 취득하고 분양받는 사람의 아파트를 선순위 근저당 설정 조건으로 분양 중도금에 대해 개별 신용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대출을 승인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건설사는 전체 공사비용의 약 60~70%를 안정적으로 금융회사로부터 조달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분양물량의 급증은 집단대출의 느슨한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금 주택공급자 위주의 편익을 고려한 집단대출제도가 여전히 현재의 주택시장 환경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집단대출은 시공사의 보증을 전제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가 집단대출에 대해 개인의 상환능력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없게 되고, 이는 오히려 가계부채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앞으로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도금 집단대출이 개인대출로 전환되는 시점에 주택 수요여건이 악화된다면 집단대출의 부실 가능성은 더욱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소득을 고려한 대출 금액을 이미 최대한도로 받았다 하더라도 집단대출을 통해 추가적으로 대출받을 수 있고, 집단대출 금리가 저렴해 투기적 프리미엄 분양거래자에 의해 집단대출이 악용될 소지도 있다. 예를 들어 투기적 거래자는 분양물량이 입주되기 직전의 2~3년 기간에 중도금 집단대출을 통해 자기자본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서도 투기적 이익 실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집단대출이 궁극적으로는 개인대출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는 분양 시점부터 분양받는 사람의 대출상환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금융회사가 개인대출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심사할 때, 앞으로 초래될지 모르는 집단대출 문제의 악화는 사전에 방지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물량은 그 어느 때보다 집단대출의 건전성이 확보돼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반대 / 집단대출 연체율 오히려 역대 최저…섣부른 규제는 주택경기 찬물만



‘이자 싼 대출’ 막으면 내집 마련 장벽만 높이는 것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 필요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집단대출은 개별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승인해주는 대출로 중도금대출, 이주비대출, 잔금대출을 말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은행권의 집단대출 규모는 104조6000억원이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383조3000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집단대출 논란의 시작은 가계부채다. 올 3분기 기준 가계대출은 1103조원이다. 여기에 판매신용 약 63조원을 더하면 총 가계신용은 1166조원에 이른다. 내년 한국 예산 386조7000억원의 약 3배 수준이다. 빠른 증가 속도는 더 문제다.



가계부채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 7월22일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이 거시 경제나 금융시스템에 추가 부담을 지우면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분양시장(주택 공급) 활황으로 올해 인허가 주택이 72만가구, 분양 물량이 48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자 금융당국은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이 급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집단대출 증가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분양시장이 활황이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발해지면 대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집단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게다가 규모면에서 올 3분기 기준 은행권의 집단대출은 전체 가계신용의 약 9% 수준이다. 그런데도 집단대출 급증을 우려하는 이유는 과거 집단대출 부실 위험으로 고통받은 경험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시장 침체로 신규 아파트값이 분양가격보다 떨어지자 계약자들이 집단대출 원금과 이자를 고의적으로 갚지 않아 연체율이 급등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이 집단대출을 규제할 정도로 위험한가. 또 규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순기능이 부작용보다 더 큰가.



연체율을 보면 지금은 과거처럼 위험하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2012년에 0.95%였던 집단대출 연체율은 2013년 12월에 1.99%까지 올랐다. 집단대출 이외의 대출 연체율이 0.2~0.4%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5년 9월 현재 집단대출 연체율은 0.53% 수준으로 떨어졌다.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일시적으로 급증한 주택 공급량을 조절할 수는 있다. 하지만 건설사 등 사업자는 저금리의 중도금대출 조달이 어려워지면 제2금융권 등을 통해 더 높은 금리의 중도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금리 부담은 높아진다. 조만간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주택 수요자로선 이중 부담이다. 자산이 충분하지 않지만 미래소득을 기대하며 내집 마련에 나서는 30~40대 가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최초주택 구입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결국 임차 수요가 증가하며 전·월세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가계부채 및 집단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 다만 은행권 중심의 자율적 집단대출 규제는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재의 규제 신호가 안정적인 성장국면으로 진입해야 할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재침체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규제 도입은 타이밍과 시장의 수용성이 중요하다. 새로운 규제 시도가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과거 임대소득 과세 진통을 겪으며 경험했다. 그때를 회고하면서 지금이 집단대출 규제를 강행할 타이밍인지 다시 한 번 밀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