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길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 '드림 위드 앙상블'
한 곡 익히려 1000번 넘게 연습
악보가 아닌 온 몸으로 음 체득
"치료위해 시작, 재능 발견 기뻐"
“알겠습니다.”
“이 곡은 강하게 해야 해, 약하게 해야 해?”
“강하게요.”
10월의 가을 밤,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한 건물 지하에 있는 작은 연습실에서 록그룹 ‘퀸’의 히트곡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의 멜로디가 클라리넷 앙상블의 부드럽고도 예리한 음색으로 흘러나온다. 록음악을 클라리넷용으로 편곡해 연주하는 건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강렬한 비트의 록과 높고 여린 클라리넷의 소리 특색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 어울린다. 그 강한 화음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곱 명의 클라리네티스트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앙상블 지도자는 이들을 매섭게 몰아친다. 이 팀의 이름은 ‘드림 위드 앙상블’, 지난 3월 말 꾸려진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클라리넷 연주단이다. 원래 여덟 명인데 이날은 음대 입시 준비 중인 단원 한 명이 빠졌다.
“혹시 연습할 때 정신없는 모습 아닐까”하던 상상은 그저 선입견일 뿐이었다. 자폐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각종 발달장애 병명은 클라리넷 앞에서 모두 날아갔다. 단원들이 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 하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10년째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고대인 씨(34)는 “경원대 3학년 때 아르바이트로 클라리넷을 지도하러 갔다가 지금의 단원들을 만나게 됐다”며 “악보가 아닌 온몸으로 음을 체득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곡을 이해하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선생이 편견을 버려야 하며, 장애인 단원들을 프로 연주자로 대해야 진정한 지도”라며 “무대 위 세계는 냉정하기 때문에 장애인이란 수식어를 떼어버리고 오직 음악으로 승부해야 팀이 살아남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꼭 존댓말을 쓰는 단원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김우진 씨(26)는 약간 어눌하지만 힘있고 또렷한 목소리로 “2015년 11월엔 청와대에서, 2016년 1월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앙상블의 맏형 은성호 씨(31)는 “1991년부터 피아노, 1997년부터 클라리넷을 배웠습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하루 4시간 넘게 연습했습니다”라고 했다. 김하늘 씨(23)는 “연습할 때가 제일 좋습니다. 최고 연주자는 나”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정종현 씨(29)는 “고교 1학년 때부터 클라리넷을 연주했습니다. 최고가 되려면 매일 3~5시간씩 연습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성엽 씨(23)는 수줍은 모습으로 “난 이게 좋으니까요”라며 미소 지었다. 유승엽 씨(21)는 “오늘 컨디션이 별로였지만 연습 즐거웠습니다. 우린 프로니까 연습 빠지면 안 됩니다”라며 쾌활하게 웃었다. 전현준 씨(22)는 연습이 끝나자 이렇게 말했다. “우린 잘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원 어머니들은 아들의 뒷바라지와 더불어 드림 위드 앙상블 관련 업무까지 도맡아 한다. 김우진 씨의 어머니이자 드림 위드 앙상블 이사장인 이옥주 씨는 “치료를 위해 시작한 음악을 통해 재능을 발견했다는 게 너무나 기쁘다”며 “한 곡을 익히기 위해 평균 1000번 넘게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