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켓인사이트] "산은,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 헐값 매각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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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포스코 내부문서 단독 입수…전정도 전 회장 300억 시세차익▶마켓인사이트 3월24일 오전 5시4분
고가 인수 의혹 받는 포스코, 되레 산은 의심
포스코·산은·전정도 '수상한 3각 거래'
6일동안 비슷한 지분 사고팔며 차익 몰아줘
포스코는 성진 인수 뒤 '회사 부실' 걱정
성진지오텍이 포스코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포스코와 산업은행(채권은행)이 성진지오텍 창업주 전정도 전 회장에게 30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몰아준 정황이 포착됐다. 고가 인수 의혹을 받고 있는 포스코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포스코 측은 또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에도 제대로 회사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고 전 전 회장의 입김에 휘둘린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포스코와 전 전 회장 간 ‘주주 계약서’ 등 포스코 내부문서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2010년 3월11일 전 전 회장에게 성진지오텍 445만9920주에 대한 신주인수권 229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주식 환산가격으로는 주당 인수권 가격 5135원을 포함해 9620원으로, 총 429억원 규모였다. 이어 같은달 17일 전 전 회장은 보유하던 또 다른 주식 445만주를 726억7295만원(주당 1만6331원)에 포스코에 매도했다.
전 전 회장은 보유 주식 수는 거의 변함없게 된 가운데 1주일도 지나지 않아 300억원가량의 이익을 챙긴 셈이다. 전 전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유영금속은 그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넘겨받아 같은해 9월 전량 권리를 행사했다. 이 당시 주가가 1만7000~1만8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 전 회장 측은 350억원 안팎의 추가 평가차익을 올린 셈이다. 다만 유영금속은 그 뒤 이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았다.
이 과정을 기술한 내부문서에 따르면 전 전 회장의 주식 매도와 매수는 그와 포스코, 산업은행 3자간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산업은행은 전 전 회장이 불과 며칠 만에 포스코에 거의 동일한 양의 주식을 매각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보다 300억원 낮은 가격에 신주인수권을 매도한 셈이다.
게다가 산은의 매각가는 주가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때문에 포스코는 내부문서에서 “산은이 신주인수권을 저가로 매도해 손해를 입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포스코 역시 산은에서 신주인수권을 직접 매입했으면 거의 같은 수량의 지분을 300억원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였다.
산은은 이에 대해 “전 전 회장이 신주인수권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실사 결과 산은과 전 전 회장이 맺은 관련 계약서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산은 관계자는 “계약서가 아니라 양측의 구두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성진, 껍데기만 남을 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포스코 측이 고가에 인수하고 난 뒤에 벌어졌다. 전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의 사업영역을 잇따라 침범하고 인력을 빼가는 바람에 ‘회사 존폐’까지 걱정할 지경에 내몰린 것.
포스코는 또 다른 내부문서에서 “전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과 업태가 겹치는 세화글로벌, 세화이앤티 등을 설립하며 세화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화 측에서 전 전 회장을 추종하는 일부 임직원을 스카우트하면 성진지오텍은 껍데기만 존재하는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전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을 매각한 직후인 2010년 8월 산업설비 철강구조물업체인 유영이앤엘을 비롯해 2011년 석유화학 플랜트업체 세화글로벌, 2012년 플랜트 설계 업체 세화이앤티 등 성진지오텍과 비슷한 업체를 잇따라 세웠다.
또 성진지오텍에서 이사로 근무하던 이모씨와 정모씨를 세화글로벌과 세화이앤티 이사로 영입했다. 성진지오텍은 결국 포스코에 인수된 뒤 2013년 8월 포스코플랜텍에 합병됐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