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P 하락 1992코스피지수가 미국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외국인들의 매도 전환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매물 규모는 600억원대로 크지 않았지만 이를 받아줄 국내 기관이 없어 낙폭이 커졌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장을 마친 것은 지난달 17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고비 때마다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적 완화를 시작한 유럽에서 기대한 만큼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국내 증시의 약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유럽 양적완화 호재 삼켜
외국인들 매도로 돌아서
"규모 줄어도 매수 꾸준할 것"…"유동성만 바라보는 증시 한계"
코스피지수는 9일 전 거래일보다 1.00% 하락한 1992.82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604억원, 기관이 1834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결과다. 연일 2000억원 안팎의 주식을 사들이며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매물을 소화했던 외국인 매수세가 사라진 게 약세장의 이유였다. 그동안 외국인들의 지지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던 삼성전자(-1.53%), 현대차(-2.31%), SK하이닉스(-2.38%)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지난 주말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 지표 탓이다. 2월 비농업 신규취업자 수가 시장 예상치인 24만명보다 5만명 이상 많은 29만5000명에 달했다는 뉴스를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한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매도물량을 쏟아냈다. 지난 6일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1.54% 하락한 17,856.85로 마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이슈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외국인 매수 규모는 줄어든다 하더라도 순매수 기조는 이어간다는 게 여전히 다수 의견이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번 고용지표로 2분기에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올라갔다지만 실제로 조기에 금리 인상이 이뤄질 확률은 잘해야 20% 정도”라며 “이번 재료의 효력은 길어야 하루 이틀”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동성만 바라보던 증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에서 조정을 받은 업종은 실적 대비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평가를 받는 헬스케어”라며 “국내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비싼 종목 가지치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 양적 완화 구원투수 될까
이날부터 시작된 유럽 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이 코스피지수에 미칠 영향도 관심거리다. 비관론자들은 양적 완화 첫날부터 외국인이 당초 기대와 정반대로 매도에 나선 점을 들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한국 등 신흥국 증시가 본격적인 유동성 효과를 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11조9000억원이다. 대부분 매물이 헤지펀드 비중이 높은 영국에서 나왔다. 영국계 투자자들은 올 들어서도 1월 1조원, 2월 85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자금이 국내로 얼마나 되돌아올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스위스 투자자들은 2월에만 5900억원어치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사들였으며 독일과 프랑스 투자자들의 같은 기간 순매수액도 2000억원 안팎에 달한다”며 “유럽에 돈이 풀려 경기 회복의 증거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