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최근 두 달간 지방선거 여론조사는 805건에 달했다. RDD(임의전화걸기) 등 조사기법을 보완했다지만 같은 후보들을 놓고도 결과가 들쭉날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응답률이 광역단체장은 10% 안팎, 기초단체장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맹인이 코끼리 만지는 꼴이다.
숨은 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야당 지지자들이 속내를 드러내길 기피했던 데서 비롯됐다. 그러나 지금은 사상의 자기검열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흘러넘친다. SNS, 인터넷 등 공론의 장을 진보좌파가 장악해 거꾸로 보수우파가 생각을 숨기는 상황이 됐다. 더구나 보수이념은 설득하는 데 긴 설명이 필요하다. 네거티브가 먹히는 것도 설명이 필요없이 자극적인 한마디로 솔깃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젊은층에서 보수적 정견이나 여당 지지를 밝히면 대개 왕따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선거 때마다 20~30대 유권자의 약 30%는 여당 지지자로 나타난다. 물론 60대 이상에서 야당을 지지한다고 드러내면 철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숨은 표는 ‘침묵의 나선(the spiral of silence)’ 이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침묵의 나선이란 자신의 견해가 우세·지배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 표출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원정팀을 따라가 응원할 때 주위를 살피는 심리와 같다. 세월호 쇼크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우세 여론인 만큼 언론들은 야권보다는 여권의 숨은 표를 예상한다. 5%니, 7%니 예측치도 다양하다. 일부 진보성향 언론에선 “보수는 소리없이 뭉친다”며 경계심을 일깨우기도 한다.
반면 야당에는 숨은 표가 있어도 여당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 근거로 16~18대 총선에서 여당은 서울에서 149만~177만표를 얻은 반면, 야당은 투표율에 따라 100만~184만표로 편차가 컸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당 지지표는 상수(常數)이지 숨은 표가 아니란 얘기다. 야당이 투표율 70%에 목을 맸던 이유다.
여론조사들이 범람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투표에서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 여론조사 업체들은 그 원인을 숨은 표로 둘러댈 게 뻔하다. 숨은 표는 여론조사 방법론의 문제일 뿐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