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동갑내기' 대한민국 김연아와 일본 아사다 마오는 ‘숙명의 라이벌’로 불렸습니다. 한국에선 둘 사이 경쟁은 4년 전 2010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우세로 판명났다고 했지만 일본 (언론)에선 이 후에도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두 선수가 이번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고 다시 한 번 더 대결을 펼친다는 게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를 넘어서기 위한 이른바 ‘필살기’로 트리플 악셀을 연마했고 일본 언론에서도 이를 강력 지지한 형편입니다.
다만 고난도의 이 점프 기술은 경쟁자를 능가할 수 있지만 자칫 자신을 찌를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피겨를 위해 태어났다는 평가받는 김연아 조차 트리플 악셀의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밴쿠버 올림픽은 물론 이번 소치에서도 염두에 두지 않았고요.
한국시간 갑오년 2014년 2월 20일 새벽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 김연아는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의 17번째 주자로 나와 깔끔한 단 한 치 오차 없는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입니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스스로 “잘했어 연아!”라고 말하는 듯. 하지만 심판진은 박한 점수를 매깁니다. 74.92점. 그래도 당당한 1위.
2시간여가 지난 뒤. 아사다 마오가 30번째 맨 마지막 주자로 등장합니다. 그도 또한 자신감 충만한 표정입니다. 마오는 시작한 뒤 곧바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수많은 관중과 TV를 통해 지켜보던 세계의 시청자들 입에선 동시 “아~”하는 탄식이 쏟아집니다.
점프를 성공하지 못한 채 은빛의 빙판 위로 넘어진 것입니다. 아사다 마오에게 부여된 점수는 55.51점. 순위는 중간에도 못 미치는 16위. 한 미국 언론은 이에 대해 “결국 양날의 검인 필살기가 자신을 찔렀다”고 설파했습니다. 대한민국 네티즌은 아사다 마오의 점프 실패에 대해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네티즌들 사이에선 일본 언론이 부추긴 ‘김연아와의 지나친 경쟁의식의 희생양’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고난도 점프에 대해 ‘집착’토록 한 게 되레 화를 불렀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이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경기를 시청한 대한민국 국민 중 약간 나이든 경우라면 29년 전 1985년 한국에서도 상영된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밀로스 포먼 감독이 메거폰을 잡았으며 그 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 8개 부문상을 휩쓴 '아마데우스'가 그 것인데요. '음악의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을 시기한 나머지 그를 독살한 것으로 말해지는 '살리에르'라는 음악가의 고백을 다룬 영화입니다. 당대 살리에르는 요세프 2세의 궁정음악장의 신분을 가질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물로 얘기됩니다. [사진=연극 '아마데우스' 포스터 촬영]
하지만 천재인 모차르트를 절대 넘어설 수 없는 '2인자'에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제 내가 그에게 했던 가장 잔인한 일을 고백하려고 한다"는 살리에르의 대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흥미로운 요소를 내포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영화 제목이자 모차르트의 미들네임에 쓰인 '아마데우스'가 하나 입니다. 아마데우스는 '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라는 뜻이 담겼다고 합니다. 모차르트는 신이 부여한 재능을 가진 음악가라는 얘기지요. 살리에르가 시기하고 질투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인 셈이고요.
이에따라 영화에서 살리에르가 "신이시여! 왜 저에게 열정만 주시고, 재능은 주지 않으셨습니까?"라고 한탄하는 대사는 지금도 가끔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기도 하는 실정입니다.또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후 탄생된 것인지 어쩐지 확인할 수 없지만 '살리에르 증후군'이란 단어입니다.
이는 노력을 경주해도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1인자'를 넘어설 수 없는 '2인자의 아픔'으로 통상 서구에선 해석된다고 하는데요. 이날 피겨 경기를 TV로 시청하다가 영화 ‘아마데우스’가 갑작스럽게 회상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