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송년(送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한국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미국 신경학자 피터 맹건은 나이에 따라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연령대별로 나눠 눈을 가린 채 3분을 마음 속으로 헤아리게 했다. 9~24세 젊은층은 3초 이내로 오차가 별로 없이 알아맞혔지만 45~50세 중장년층은 3분16초라고 대답했다. 60세 이상은 3분40초라고 말해 40초 이상 차이가 났다.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분비가 줄어 중뇌에 자리한 생체시계가 느려지기 때문이란다.



20대에는 시간이 시속 20㎞로 흐르고, 40대에는 40㎞, 60대가 되면 60㎞로 달린다는 게 빈말이 아니란 얘기다. 1년이 10살에겐 인생의 10분의 1로 지각되는 반면 50살에겐 50분의 1로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폴 자네의 해석도 그럴 듯하다. 어느덧 세모(歲暮)다. 지난 1년의 속도는 저마다 달랐겠지만 유독 말 많고 탈 많은 한 해였다. 총선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는 이념과 원칙에서 벗어나 포퓰리즘과 종북논란, 경제민주화의 덫에 빠져버렸다. 유럽 재정위기와 급속한 경기둔화, 실업이 시종 우리 경제를 짓눌렀다.

뜻하지 않게 시련을 겪은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옴치고 뛸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 거대한 벽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게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버티다 보면 삶은 재건된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백열전구에서부터 축음기까지 1093건의 특허를 낸 에디슨은 거듭된 실패 끝에 발명품 하나를 만들어 낸 것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응수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효과가 없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베이브 루스가 30년간 714개의 홈런을 쳐 홈런왕에 오른 것도 1330번의 삼진 아웃이란 시련이 뒷받침됐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나는 9000번 이상 실투를 했다. 패한 경기도 300회나 된다. 그 덕분에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내년은 더 힘들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닥친 국내외 여건이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아서다. 정치인들이 책임없이 뱉어낸 말의 거품이 가라앉고 냉혹한 경제현실이 맨얼굴을 하나씩 드러낼 테니 더욱 그렇다. 그런 때일수록 저마다 선 자리에서 마음 다잡고 맞서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든 견뎌내다 보면 어김없이 봄은 온다. 그동안 우리가 헤쳐온 험하고 팍팍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지금은 그래도 살 만한 세상 아닌가.



‘落果(낙과)는 많았어도/ 果實(과실)나무는 푸른 하늘 아래/ 그대로 있으니 감사합니다/ 섣부른 염려 속에서도/ 창을 열면 언제나 거기 별이 있었습니다/ 이제 빈 그물을 접으며/ 다시 열리는 아침을 기다립니다…’(김상길 ‘빈 그물을 접으며’)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