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계 희미해지는 스마트폰 시대지만널리 알려진 공자의 말씀 가운데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이는 좋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격에 관한 이야기로서 가까이 있는 백성부터 한 명 두 명 기쁘게 하다 보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국을 이루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럴수록 이웃·주변의 소중함 되새겨야
문종훈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jhm@sk.com >
심리학적으로 증명된 설득의 기본 원칙 중에도 ‘근접성의 원칙’이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더 쉽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예를 들어 설득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일 경우 멀리 사는 사람에 비해 ‘이웃 의식’이 훨씬 더 쉽게 형성돼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의 말씀이나 심리학의 법칙이나 말하고 있는 바는 같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다. 하지만 점차 글로벌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케팅에서는 이 단순한 진리가 힘을 잃은 듯 보이기도 한다. 이제 기업들은 국적을 불문해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때로는 해외 시장에 먼저 신제품을 출시하고 그 반응을 살펴 뒤늦게 국내에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가까이’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 조사기관인 ‘트렌드와칭’은 2013년 트렌드의 하나로 ‘Again, Made in HERE’을 꼽았다. 지역 내에서 만들어진 상품들이 다시 인기를 끌게 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신뢰를 중시하고 제품에 얽힌 색다른 스토리를 원하게 되면서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는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유저 중 95%가 스마트폰으로 인근 지역의 정보를 찾아본 적이 있으며, 그중 59%가 실제로 방문했다고 한다. 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스마트폰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나와 가까이에 있는 상점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높아지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맞춰 지도(地圖)도 달라진다.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지도는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가 되고 있다. 최근 필자의 회사에서 출시한 지도 서비스인 ‘OK맵’이 단순한 길 안내를 넘어 소비자에게 주변 매장의 정보와 혜택을, 판매자에게는 다양한 마케팅 정보를 표출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에 발 맞춘 예이다.
바야흐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연말이다.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던 지인들과의 만남이 잦은 때이지만, 그럴수록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변하지 않는 ‘가까이’의 가치를 되새기며 말이다.
문종훈 <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jhm@s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