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판 증액예산' 짤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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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완 장관은 "안된다"…새 정부와 미묘한 인식차

무상보육 등 반영하려면 예산안 조정 불가피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놓고 ‘가는 정권’과 ‘오는 정권’이 미묘한 인식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추경은 물론 정부 예산안의 대폭 증액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생정부를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은 정부가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어 추경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선인, 추경 카드 빼들까

정부가 제시하는 추경 불가론의 1차적 근거는 시간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데드라인으로 잡은 날짜는 28일(금요일). 주말을 넘겨 31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못하면 자칫 준예산을 편성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추경 논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경을 하더라도 어떤 사업에 얼마의 돈을 투입할지를 정하는 것도 문제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4대강이라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눈에 띄는 토목 사업 자체가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경을 하기에 앞서 총 수요를 떠받치기 위한 1회성 경기부양용인지, 가계부채 해소와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 당선인 주변에서 이런 종류의 얘기가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측은 조금 기류가 다르다. 경제심리 안정을 위해서라도 선제적·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도 최근 인터뷰에서 ‘추경 편성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라고 말해 추경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광두 선대위 힘찬경제추진단장은 “내년에 10조원 정도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경을 하더라도 내년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경의 방향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대상 사업을 선정한 다음 2월 정기국회에 제출한 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이다.



◆무상보육안도 평행선

현재 국회 상임위를 거쳐 예결위에 올라온 내년 예산안 증액분은 13조원에 이른다. 반면 감액 심의는 1조원 남짓 이뤄졌다. 무상보육 등을 반영한 ‘박근혜판 수정 예산’을 내놓으려면 다른 사업에서 대거 예산을 깎거나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한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방법밖에 없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여야와 정부가 큰 틀의 협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지만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정부는 이미 정치권의 총선 공약을 상당 부분 반영했으며, 박 당선인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무상보육 예산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 일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더라도 정부가 짠 예산안의 총 지출 규모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17대 대선이 치러진 2007년 당시에도 대선 이후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규모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세종=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