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으로 나뉜 도시…빈부차 극명노갈레스(Nogales)는 한반도가 휴전선으로 분단돼 있는 것처럼 담장으로 나눠져 있는 도시다.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시이고, 남쪽은 멕시코의 소노라주 노갈레스 시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시와 소노라 주 노갈레스 시의 주민은 조상도 같고 문화도 다르지 않다. 애초에 노갈레스는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멕시코 땅이었다. 1853년 주(駐)멕시코 공사 제임스 개즈넌이 멕시코로부터 현재의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남서부를 사들이면서 국경이 만들어지고 둘로 갈라진 것이다.
재산권 존중 따라 흥망성쇠 갈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주민의 연평균 가계수입은 3만달러 정도며 전기, 전화, 상수도, 공중보건, 도로망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법질서가 잘 유지되는 환경에서 산다. 반면 소노라주 노갈레스 주민의 연평균 가계수입은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주민의 3분의 1 수준이며 엉망인 도로망, 열악한 공중보건 환경, 높은 범죄율 등으로 불편하고 불안한 생활을 한다. 많은 멕시코인들이 필사적으로 미국 국경을 넘으려고 한다. 두 노갈레스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하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주민은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미국의 경제제도에서 살고, 소노라주 노갈레스 주민은 사유재산권이 자주 침해당하는 멕시코의 경제제도에서 살기 때문이다.
17세기 영국과 스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로마제국 이후 가장 강성했던 스페인이 17세기부터는 쇠락의 길을 걷고, 대신 영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초강대국의 지위를 얻게 된 것도 바로 경제제도의 차이 때문이다. 영국은 명예혁명 이후 의회의 입법권 및 재정에 대한 권한을 확립하고, 효율적이고 불편부당한 사법체계를 통해 재산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이것이 혁신과 자본시장의 발달로 이어지면서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반면 스페인은 왕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거대한 중앙집권적 관료제를 확립하고, 과세를 강화하며 재산을 몰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혁신과 생산 활동이 줄고 경제가 쇠퇴했다.
제도적 차이로 경제성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가장 극명한 사례는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2010년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국이 2만759달러로 북한의 1074달러에 비해 19.3배 높고, 무역은 212.3배, 자동차 생산은 1068배에 이른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뿌리는 같다. 동일한 민족, 동일한 문화, 동일한 사회, 동일한 역사 위에 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둘 사이의 경제적 격차는 대단히 크다. 이런 차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대한민국은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고 북한은 사유재산권과 시장을 철폐하고 사회주의체제를 수립한 결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이틀 후면 제18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누가 되든 선거 이후는 우리나라 국가장래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 후보들이 내놓은 경제정책들이 시장경제의 기본인 사유재산권 보호와 자유경쟁에서 많이 후퇴해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적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의 출자총액제한제도, 순환출자 금지,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금산분리 등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경쟁을 훼손하는 조치들이다.
이런 조치들은 경제문제를 정치화해 이익집단의 지대추구 행위를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기업 투자행위를 막고 기업가 정신을 크게 훼손할 것이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 추락해 경제가 쇠퇴해갈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정권을 잡고 당선되는 일은 중요하다. 일단 당선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으로부터 표를 얻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적 정책을 남발한 것은 한편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당선된 후 국정의 책임자로서 정말로 국가의 장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비록 선거 전에 공약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의 장래에 바람직하지 않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제도적 변화가 시간이 흐르면서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유재산권을 존중하고 자유경쟁을 수용하는 제도를 갖춘 나라는 번영을 이루며 잘살게 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쇠퇴하며 가난해진 역사적 사례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