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못말리는 정치테마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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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박근혜 테마주와 문재인 테마주는 모두 올랐다면서요? 이 중에서 또 손실을 볼 투자자들이 대거 나오겠군요.”



김건섭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26일 기자와 만나 혀를 차며 이같이 말했다.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관련된 테마주들이 일제히 하한가로 내려앉은 데 대한 촌평이었다.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안랩 미래산업 써니전자 등 3개 종목에서만 이날 하루 동안 시가총액 888억원이 증발했다. 김 부원장은 “금감원에서 그렇게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도 테마주에 투자한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정말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들도 모두 “테마주 투자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창수 자본시장조사1국장은 “지난 9월에 정치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들이 1년간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보도자료를 냈는데도 투자 행태는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테마주와 관련된 시세조종이 있다면 엄벌하겠지만, 지금 현상은 시세조종보다는 특정 정치인이 대통령이 됐을 때의 이득을 기대하는 비이성적인 ‘쏠림현상’에 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은수 테마주특별조사반장은 “예전에는 테마주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면 금감원에 항의전화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자신들의 책임을 느끼는지 전화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7일에도 박근혜 테마주와 문재인 테마주는 전날에 이어 급등했다. 문재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 바른손은 상한가로 마감했다. 박근혜 테마주인 EG(14.7%), 보령메디앙스(7.41%), 아가방컴퍼니(5.13%) 등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감원은 다음주쯤 테마주 투자의 위험을 강력히 경고하는 보도자료를 또 한번 낼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정치테마주 투자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금감원은 지난 9월 테마주 투자자들의 매매손실을 분석한 보도자료에서 안랩 한 종목에서만 18억원의 손실을 본 개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렇지만 그 뒤에도 안랩 주식에 대한 투자 동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선이 끝날 때쯤에는 금감원이 더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자료를 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