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역지사지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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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섞인 말보다 손을 잡아주자"
진정한 위로는 말보다 마음에서

김은선 < 보령제약 회장 eskimm@boryung.co.kr >
인터넷에서 ‘소통’이라는 말을 검색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인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지사지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상대방이 당한 일을 똑같이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일이 가능할까.



지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우린 “잘 될 거야”라고 위로하고, 나아가 “더 큰 행운이 오려고 지금의 고난이 있는 거야”라며 마음을 다독여주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말들이 진정으로 아픔을 덜어주고 위로가 돼 희망을 싹트게 하는 위안이 될까. 어쩌면 그런 위로의 말을 들으며 애써 감사를 표하고, 스스로 위안을 얻은 것처럼 옷매무새를 가다듬도록 하는 불편한 짐을 지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사람들에게서 들은 수많은 위로의 말이 오히려 부담이 됐던 기억이 있다. 겨우 잊혀가고 있는데, 그런 말들 때문에 새삼 아픔이 되새겨지고,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을 경험했다. 그때 그 경험을 하며, 이전에 누군가에게 건넨 내 위로의 말도 결코 진정한 위로가 되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모르고 위로하겠다며 많은 말을 건넸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역지사지하지 못한 채 아픔을 나누려 했으니,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소통은 애당초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과연 진정한 소통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진정한 역지사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곤 한다. 힘들어하는 그 사람을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가만히 지켜보며, 어깨를 지그시 감싸주거나 두 손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그 답이었다. 그러면 그가 하루빨리 아픔을 이겨내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마음이 전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 어떤 위로의 말을 다 해주는 것보다 더.



참된 소통을 위한 아름다운 도구는 말보다 마음이다. 어떤 위로의 말로도 이루어지지 않는 소통이, 진정한 마음이 담긴 눈빛이나 따뜻한 두 손으로 감싸주는 일로 가능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 이후로 나는 주변에 힘들어 하는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진심으로 마음으로부터 위로를 담아 두 손을 잡아주거나 등을 쓰다듬어 준다. 그리고 단 한마디, “힘내세요”라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한 번 더 역지사지를 생각해 본다.



삶이 힘겨운 사람들이 많은 요즘, 주변을 둘러보고 그들의 고단함을 헤아리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할 것 같다. 소통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겉으로만, 입으로만 하는 소통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는 생각이 근간이 돼 그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실제로 역지사지가 될 것이고 진정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다.



김은선 < 보령제약 회장 eskimm@boryu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