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18조원 행복기금 설치후보들이 내놓은 가계부채 공약 중 이미 나와 있는 것을 재탕하거나 조금씩 손질해 그럴듯하게 포장해 내놓은 것도 여럿 있다.
文, 담보대출 금리 전환
安, 깡통주택 채무 재조정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치’가 그런 예다. 2005년 신용카드 부실사태 당시 정부가 내놓았던 ‘희망모아’(부실채권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전담한 기금)와 비슷하다. 연 20% 이상인 고금리 대출(초단기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을 연 10%대 장기상환형 대출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약속도 현재 캠코(자산관리공사)에서 하는 ‘바꿔드림론’(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평균 10.5%의 저금리로 전환하는 제도)과 거의 차이가 없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변동금리·단기 일시상환형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형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은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가계부채 구조개선대책을 그대로 옮겨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부채구조가 장기화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유동성 부족 문제를 지원하는 내용도 이미 정부의 ‘커버드본드’ 발행과 관련된 입법 예고에 담겨 있다.
안 후보는 ‘깡통주택’(팔아도 담보대출을 못 갚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진 주택)의 채무 재조정을 위해 ‘매각 후 임대(Sale and Leaseback)’와 ‘신탁 후 임대(Trust and Leaseback)’를 제시했다. 이 방안은 이미 몇몇 은행이 도입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장기·분할상환형으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도 이미 금융당국에서 시행 중인 대책이다.
최광 한국외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한 근원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내놓은 공약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치밀한 분석과 고민 없이 기존 대책을 베끼기만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