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책, 도덕적 해이·금융시장 왜곡 초래…재원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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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가계부채' 공약 전문가 평가 (1)

납세자 호주머니 털어 지원
액수 따른 형평성 문제도

대부업 이자율 25%로 제한…담보채권자 임의경매 금지
시장위축·사금융 조장 '우려'

주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가계부채 공약 중 상당수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거나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등 부작용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13일 학계·금융계 전문가들로 구성한 ‘18대 대선 공약평가단’을 통해 공약평가를 받아본 결과다.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대선 후보가 현재까지 내놓은 가계부채 공약은 모두 22개로 전문가들이 모든 개별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 재원 마련의 현실성 등을 평가했다.

○도덕적 해이 우려



세 후보 모두 대규모 공공재원을 투입해 빚 부담을 줄여주는 공약을 내놓았다. 박 후보는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322만명의 대출이자 부담을 낮춰주고 부채 규모가 큰 대출자의 빚을 50~70% 깎아주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2조원의 ‘진심 새출발 펀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돈으로 파산한 가구주(부양가족이 있는) 1명당 최대 300만원의 주택임차보증금을 주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재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한 빚 부담 완화 대책을 제시했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는 “결국 납세자의 돈으로 빚 부담이 무거운 사람을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와 함께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광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 후보 모두 빚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결과적으로 불성실 거래자를 우대함으로써 불공평과 부정의를 옹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불량자나 파산자에게 압류가 금지되는 1인 1계좌의 ‘힐링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문 후보 공약)이 시행될 경우 채무자가 이를 악용해 통장으로 자산을 빼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시장 왜곡 부작용



가계부채 공약 중 상당수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거나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부작용 우려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박 후보가 약속한 ‘불법 추심 관련 채무자 동의 의무화’는 금융회사가 채무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심회사에 채권을 넘겨 채무자들이 악성 추심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 매각 시 채무자 본인 동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출채권 매매 시장이 위축돼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부실비율이 높아져 신규 대출까지 막는 시장 왜곡을 낳는다”(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 연구위원)는 지적이 나왔다.

문 후보가 내놓은 ‘대부업 이자율 연25%로 제한’ 공약도 고금리 횡포에 시달리는 서민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제로 불법 사금융 시장만 키워 오히려 서민 피해를 키우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안 후보의 ‘담보채권자의 임의경매 금지’도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진 은행 등의 대출 기피로 이어져 금융시장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모호한 재원 대책



재원마련 대책도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박 후보의 경우 정부의 직접적 재원 투입 없이 신용회복기금이나 부실채권정리기금 등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겠다는 밑그림만 내놓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부실이 나면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부 재정 부담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종태/류시훈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