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나이들수록 골프가 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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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챔피언십 4위…한국선수 중 최고 성적박세리(35·KDB금융그룹)가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한 지 15년이 흘렀다. 그와 함께 투어 1세대 ‘트로이카’였던 박지은은 지난 6월, 김미현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동안 수많은 ‘세리키즈’들도 양산됐다. 하지만 박세리는 여전히 건재했다.
LPGA 15년차 '노익장' 과시
슬럼프 겪은 뒤 심리적 안정
나이에 맞는 스윙 교정 효험
박세리는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4위를 기록했다. 아깝게 선두에 2타 뒤져 연장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박세리는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냈다.
3, 4번홀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한 박세리는 5~7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으며 전반을 1언더파로 마쳤다. 그러나 박세리는 버디에 이어 보기를 하면서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해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10번홀 버디는 11번홀 보기로 바꿨고 15번홀 버디는 16번홀 보기와 교환했다.
17번홀에서 7m 버디 퍼팅을 떨군 박세리는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도약했다. 앞서가던 청야니(대만)가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합계 10언더파가 됐고 박세리도 50㎝ 버디 찬스를 잡았으나 아쉽게 놓쳤다.
이 대회 초대챔피언인 박세리는 인터뷰에서 “사실 우승 욕심이 많이 났다. 기분도 그렇고 마음도 괜찮아 내심 기대를 많이 했지만 1~2개홀에서 아쉬운 실수가 있었다. 마지막에 환한 웃음과 트로피를 상상했지만 1타를 줄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지난달 국내 대회인 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2년4개월 만에 우승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박세리는 최근 성적이 좋은 비결에 대해 “골프가 재미있고 흥미로워졌다. 이전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봤고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슬럼프도 겪는 등 고생도 해보면서 많이 배웠고 심리적으로 편해진 것 같다. 이제는 여유가 있고 나름대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스윙을 봐온 부친 박준철 씨와 지난 겨울 스윙 교정을 진행한 뒤 샷이 한결 안정됐다. 박준철 씨는 “가장 기본적인 그립, 스탠스, 테이크백 등을 연령에 맞게 고쳤다. 전체적으로 스윙을 작게 하고 타이밍을 느리게 하도록 했다. 예전에는 백스윙 때 안쪽으로 뺐으나 이제는 바로 들어 허리를 쓰지 않고 치게 했다”고 설명했다.
박세리는 이에 대해 “몸이 유연한 편이지만 나이가 드니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현재의 어린 선수들 못지않게 많은 연습량을 소화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선수 생명이 짧아진다. 이제는 질적으로 연습을 해 컨디션과 몸 관리에 집중한다. 연습도 길게 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간단하지만 짜임새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강한 이유로는 “타고난 것 같다. 자란 환경이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든다. 선수들이 압박을 많이 받지만 이를 이겨내고, 적응력도 빠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미현의 은퇴와 관련해서는 “아쉽고 섭섭하다. 필드에서는 못 보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자주 편하게 만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세리는 이번 선전으로 12월1~2일 부산에서 열리는 ‘KB금융컵 여자골프 한·일전’에 스폰서 추천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년 만에 부활한 한·일전 출전 선수는 총 13명 가운데 박인비 최나연 신지애 등 12명이 확정된 상태다. KB금융은 추천선수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줄 박세리와 ‘흥행카드’로 이번 대회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효주(17·롯데)를 놓고 고심을 해왔다. 김효주는 합계 1언더파로 국내 상금랭킹 1위 허윤경(22·현대스위스)과 공동 25위에 그쳤다.
인천=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