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수주의로 흘러간 美 법정의 애플 편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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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부캘리포니아 연방지법 소송 배심원단이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6건을 대거 침해했다며 총 10억4934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반면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인정하지 않았다. 루시 고 담당판사의 다음달 판결을 봐야겠지만 애플이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애플은 갤럭시 S2 등 주요 삼성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 처분까지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삼성은 물론 한국 휴대폰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9명의 일반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세기의 특허 소송에서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결을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것도 불과 2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런 평결을 내렸다. 더욱이 삼성이 제기한 5건의 특허침해에 대해서도 애플 손을 들어줬다. 당장 애플 편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애플의 둥근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 형태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이런 형태의 디자인은 애플이 최초로 디자인한 것도 아니지만,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이런 특허는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국가가 한국말고도 영국 네덜란드 등 부지기수다. 이번 평결을 두고 “전문적인 특허소송을 배심원들에게 맡기는 미국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와 함께 국수주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특허제도는 필요하다. 기업의 창의력을 보호하고 혁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특허가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초단위로 변화가 무쌍한 IT분야는 더욱 그렇다. 심지어 미국의 한 특허 관리전문기업은 노키아로부터 이동통신 기술 관련 특허 500개를 사들여 세계를 무대로 오로지 특허료만 챙기는 특허괴물이 됐다.



이번 애플의 소송은 이런 특허 제도의 부정적 측면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자국 기업을 지켜주려는 미 법정의 텃세가 문제를 더욱 키우는 형국이다. 이 바람에 소비자들의 선택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경제주간지인 포브스가 “삼성전자의 승리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많은 선택을 의미하며 애플의 승리는 시장경쟁 저해를 뜻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특허 문제는 법원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판가름나야 한다. 그것이 당초 취지를 살리고 소비자 편익을 늘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