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스마트폰으로 중국인 300만 사로잡은 대륙의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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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
공장·판매망·홍보 없다
인터넷 사전예약 받은 물량만…폭스콘 등 대만업체에 위탁생산
원가 줄여 '애플의 반값'으로 승부
소통해야 성공한다
사장실 없이 직원들과 함께 일해…일주일에 한 번씩 OS 업그레이드
샤오미폰 사용자 모임도 수시 참여
지난해 9월5일 중국에 있는 한 스마트폰 업체의 웹사이트. 이 회사가 개발한 첫 스마트폰의 판매가 시작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화웨이 ZTE 등 토종 브랜드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터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것 같던 이 제품은 그러나 34시간 만에 무려 30만대가 팔리며 매진됐다.
회사의 이름은 ‘좁쌀’이라는 뜻의 ‘샤오미(小米)’. 1대당 320달러(35만7000원)짜리 저가 스마트폰인 ‘샤오미폰’은 작년 12월 2차 판매 때 3시간 만에 10만대가 팔려나갔다. 인기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올해 4월 7차 판매 때는 13분 만에 15만대가 판매됐다. 최근까지 샤오미폰의 판매량은 약 300만대에 달한다.
모건스탠리가 작년 말 중국의 2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휴대폰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샤오미는 화웨이, ZTE 등 중국 대기업을 제치고 9위를 차지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중 최고 인지도를 얻은 것. 샤오미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이쥔(雷軍·사진)은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샤오미를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다크호스’로 키웠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레이쥔을 ‘중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평가했다.
◆안주는 없다…, 끝없는 도전
레이쥔은 ‘혜성같이’ 등장한 경영자가 아니다. 중국에서 손꼽히는 인터넷 보안 및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인 킹소프트의 CEO 출신이다.
1969년생인 레이쥔은 우한대 컴퓨터학과 재학 시절 2년 만에 졸업학점을 다 채우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0년 졸업 후 컴퓨터 프로그램 업체를 창업한 뒤 1992년 킹소프트에 입사해 6년 만인 1998년 CEO에 올랐다.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킹소프트는 레이쥔의 지휘 아래 정보 보안, 오피스 소프트웨어, 온라인게임 등으로 사업부문을 확장했고 2007년 10월 홍콩증시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레이쥔은 상장 두 달 만인 2007년 말 CEO에서 물러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개인적인 일 때문이라는 게 사임의 이유였다. 이후 그는 2010년 샤오미를 창업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으로 복귀했다.
레이쥔이 킹소프트를 퇴사하고 샤오미를 창업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세계 일류기업이 목표라는 그는 “킹소프트를 상장시키며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켰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공허해졌다”며 “킹소프트는 내가 만든 회사도 아니었고 16년을 킹소프트에서 보내는 동안 바이두 알리바바 샨다 등은 일류기업이 돼 있었다”고 말했다.
레이쥔은 기업 경영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에 대한 열망을 경영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그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긴박감”이라며 “긴박감이 있으면 자금 인력 등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자금이 넘칠 때는 그 반대로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샤오미를 창업할 때 무모한 도전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사람들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 40세는 너무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류촨즈(柳傳志) 레노보 회장과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각각 40세와 43세에 창업했다”고 일축했다.
◆독특한 경영전략과 약점 보완
샤오미에는 생산라인이나 판매조직이 없다. 1200명의 직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스마트폰 디자인과 공급망 관리 등을 전담한다. 제품은 폭스콘 잉화다 등 대만 제조업체에 위탁해 만들고, 판매는 100% 인터넷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샤오미폰은 출시 8개월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약 4%까지 늘렸다. 중국 토종브랜드 1위인 화웨이(점유율 5.8%)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이다.
중국 이동통신기업인 ‘롄퉁(聯通)’이 100만대를 구입해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는 샤오미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안에 샤오미가 ZTE나 화웨이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미의 경영방식은 ‘성공한 기업들의 전략 중 장점만 취한다’는 레이쥔의 지론에서 비롯됐다. 샤오미의 전략은 델, 아마존 등의 전략을 섞은 것이다. 주문을 받은 뒤 제품을 만들어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은 델과 비슷하다. 인터넷을 활용해 유통비용을 줄인 것은 아마존의 주된 전략이다.
독특한 전략으로 제조원가를 줄인 결과 중국시장에서 샤오미폰의 대당 가격은 애플(790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광고도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활용해 제품을 홍보한다. 샤오미는 사용자 게시판을 통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개선 의견을 받고 이를 제품에 적극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을 쓰는 사용자들이 주변에 제품 홍보를 해 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레이쥔은 또 인재를 중시한다. 1200명의 직원 중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입된 인원은 전체의 3분의 1인 400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 중 약 50%가 모토로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레이쥔은 하드웨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드웨어 관리 직원 50명을 전원 모토로라 출신으로 채웠다.
◆잡스는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레이쥔의 별명은 레이와 잡스를 합친 ‘레이잡스’다. 프레젠테이션 때도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스니커즈를 입는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도 스티브 잡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레이쥔 자신은 잡스와 비교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잡스는 뛰어넘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해서다. 패션도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의 옷을 입어 홍보하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그는 “스티브 잡스가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자신이 잡스보다 낫다는 의미다.
직원관리 방식도 잡스와는 다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직원에게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질문해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면 즉시 해고하는 등 ‘카리스마’를 보였던 잡스와는 달리 레이쥔은 별도의 방도 없이 직원들과 한층에서 일한다.
또 사내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한다. 샤오미폰의 운영체제(OS)는 평균 1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된다. 연 1회 정도 업데이트를 하는 애플이나 구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OS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다. 소프트웨어 개발팀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보다 각 팀에서 개선된 사항을 서로 공유해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레이쥔은 “하드웨어의 경우 경쟁을 통해 더 나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모든 개발 인력이 협력해야 효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과의 소통에도 주력한다.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야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에 따라 레이쥔은 매년 팬미팅을 열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0회 열린 샤오미폰 사용자들의 오프라인 모임에도 수십차례 참석했다. 그의 블로그에는 400만명의 팔로어가 있다. 회사 채팅사이트 미톡(MiTalk)으로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을 즐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