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회장놀랐다. TV화면을 통해 덩치가 크다는 건 알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거한(巨漢)이었다. 190㎝의 키는 떡 벌어진 어깨 때문인지 2m는 족히 돼 보였다. 악수를 청하는 큼직한 손에 또 한번 ‘움찔’했다.
이달 초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 위촉…13년째 로타리클럽 '다문화가정' 지원
1999년부터 선문대 교수로 후진 양성…"학교폭력 예방도 체육인들이 나서야"
프로레슬러이자 한국프로레슬링연맹을 이끌고 있는 이왕표 회장(57·사진)이 이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로 위촉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근황이 궁금했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범일통상 사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범일통상은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물류업체다.
“벌써 13년이네요. 로타리클럽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그 때문에 연락이 온 것 같아요. 마침 2008년에 국제로타리클럽 회장을 지냈던 이동건 회장께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이끌고 계시더군요.”
이 회장은 요즘 ‘사회봉사 활동’에 푹 빠져 산다. 1999년 특강을 계기로 서울 영등포 로타리클럽에 입회한 이 회장은 이후 13년간 다문화가정과 소년소녀가장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문화가정의 부인들이지요. 올해 초 로타리클럽 3640지구에서 행사를 열어 10명 정도 비행기 표를 마련해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즐거운 일이에요.” 이 회장은 현재 국제로타리 3640지구 부총재를 맡고 있다.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김일 선생님과 함께 국제경기를 많이 다녔지요. 그때만 해도 한국이 가난했기 때문에 외국에서 멸시를 많이 당했어요. 특히 일본에 가면 우리를 쳐다보는 눈이… 정말 자존심 상했지요. 그랬기 때문에 지금 국내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들의 심정을 잘 알아요.”
그는 1999년부터 선문대 무도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0년에 ‘격기도’라는 무예를 만들어 지금까지 2000여명의 유단자를 배출했다. 작년에는 ‘이왕표의 종합격투기, 격기도’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 수익금 전액을 서울씨티로타리에 기부했다. “돈 벌자고 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나 스스로는 꾸준히 운동을 해서 좋고, 내가 만든 무술로 후진을 양성해서 좋고, 그렇게 생긴 돈으로 어려운 사람 도와주니 더 좋은 것이죠.”
나이 쉰을 넘긴 2008년과 2009년 K-1 출신의 헤비급 챔피언 밥샵과 경기를 치른 이유도 덧붙였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죠.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강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중년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라고나 할까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난 지금도 하루 6시간씩 운동해요. 하하.” 당시 경기 상대였던 밥샵은 이 회장보다 스무살 어린 키 2m, 몸무게 170㎏의 ‘슈퍼 파이터’다.
‘사랑의 열매’ 홍보대사로서 포부도 밝혔다. “개인 후원을 늘리는 데 앞장설 계획입니다. 모금회의 말을 들어보니 기업과 ARS(자동응답시스템) 후원은 늘고 있는데, 개인 후원이 적다고 하더군요. 소액이라도 기부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이왕표가 뛸 겁니다.”
아이스커피를 몇 잔씩 비운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 회장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것만큼은 체육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폭력을 무예로 오인하는 아이들에게 무인들이 소통에 나서면 효과가 크지 않을까요. 시쳇말로 ‘말발’이 통하겠죠. 뜻을 같이하는 체육인들을 한번 모아볼 생각이에요.”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