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엑스기어 "슈렉·쿵푸팬더도 우리 CG기술 썼죠"
입력
수정
표현력·안정성 탁월…드림웍스에 프로그램 공급
반복되는 일상에 따분함을 느끼던 슈렉. 그는 결혼식장에 몰래 신부로 위장하고 들어가 사람들을 놀래준다. 하객들이 모두 도망가자 혼자 남은 슈렉은 흡족해하며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춤을 춘다. 그가 빙글빙글 돌자 드레스가 함께 펄럭인다.
2010년 개봉된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슈렉 포에버’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받았다. 첫째, 슈렉의 몸동작에 따라 옷자락이 출렁이는 모습이 마치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표현됐다는 점이다. 과거 어떤 컴퓨터그래픽(CG) 애니메이션보다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는 이 장면이 국내 CG 전문업체인 ‘에프엑스기어’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에프엑스기어는 2008년부터 의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퀄로스’를 드림웍스에 공급해 온 벤처기업. 퀄로스는 영화, 게임 속 캐릭터의 옷을 실제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소프트웨어다. 이 프로그램은 바람의 방향, 사람의 움직임을 일일이 공학적으로 계산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옷의 재질, 주름 등이 보다 사실처럼 구현된다.
이창환 에프엑스기어 사장(39·사진)은 “옷 시뮬레이션이 쉬워보일 수 있으나 계산이 어렵고 구현하기 힘든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디즈니가 만든 ‘인크레더블’의 주인공이 쫄쫄이만을 입고 있는 데 반해 드림웍스가 선보인 ‘메가마인드’의 캐릭터들은 망토를 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드림웍스와 계약을 맺은 건 국내 CG업체 중 에프엑스기어가 처음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이 사장은 2005년 퀄로스 상용화 후 의상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 3D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물이나 불과 같은 유체 시뮬레이션인 ‘플럭스’와 머리카락 시뮬레이션인 ‘에프엑스헤어’ 등을 잇따라 내놨다. 이 기술들은 영화 ‘금의위’ ‘중천’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에 적용됐다.
에프엑스기어의 지난해 매출은 25억원 수준. 이 사장은 “아직 외형을 키우는 단계이다보니 적자를 내고 있다”며 “올해는 사업을 재정비하고 내실을 다져 흑자전환의 원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