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대학생 144명 참가한 '박카스 국토대장정'지난 18일 오전 충남 천안의 천남중학교 운동장. 지난 4일 전남 여수에서 출발한 동아제약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 대원들의 15일차 점심 식사 장소다. 전날 연기군 소정초등학교에서 텐트를 치고 숙영을 한 대원들이 오전 행군을 마치며 이곳으로 줄지어 들어왔다. 새까맣게 탄, 벌레 물린 팔다리와 땀에 절어 버린 옷, 막 접어 올린 팔소매와 반바지가 후줄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얼굴 표정만은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다.
하루 30~40㎞ 지옥행군
기상 6시…샤워시간 3분
"남들과 화합하는법 배워"
강신호 회장이 아이디어 내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이번 대장정 참가자는 남녀 각각 72명씩 144명. 이 중 여학생 5명은 낙오돼 눈물을 훔치며 귀가했다. 오전 6시 기상, 오후 10시 취침, 하루 30~40㎞를 6~8번에 걸쳐 걷는 강행군을 견디지 못한 것. 모기떼와 벌의 습격, 발에 가득찬 물집도 고역이다. 밤에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는 것도 군 훈련소와 마찬가지다. 늘 손에 끼고 살던 스마트폰도 대장정 기간 내내 못 쓴다.
식사만큼은 잘 나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날 메뉴는 불고기와 어묵볶음, 오이무침과 미역냉국. 식후 대원들이 오침 중인 강당에 들어서자 지독한 냄새가 진동했다.
학생들은 고된 행군을 하면서 ‘어우러져 사는 법’을 배운다. 초반에는 걷는 것보다 오히려 대원들 간 갈등이 더 문제라고 한다. 1개 조(남녀 각 6명)에서 단 한 명만 아프거나 부상을 당하면 조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송찬양 씨(남·28·서울교대)는 “나만 앞세우려던 이기심을 내려놓고 화합하는 법을 배운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여수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던 3일차가 최대 고비였다고 전했다. 가파른 산길에다 비까지 몰아쳐 힘에 부친 여학생들 대부분이 울음을 터뜨리고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러나 곧 앞선 이들이 뒷사람 손을 잡아 끌고, 뒷사람들은 앞선 이들의 배낭을 받치며 협력하는 상황이 극적으로 연출됐다. 정현아 씨(여·26·서울시립대)는 “그 상황을 겪고 나니 꼭 완주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 개 조에 3분밖에 주어지지 않는 야간 숙영지 샤워시간도 박카스 대장정단의 전통이다. 3분은 여학생에게 벅찬 샤워시간이다. 노래 춤 등 장기자랑을 통해 우승 조를 가린 뒤 ‘샤워시간 무제한’ 권한을 제공하기도 한다. 추억 만들기다.
이런 경험들이 이들을 ‘해병대 기수’처럼 하나로 묶는다. 행진팀·지원팀·의료팀·사진팀으로 구성된 스태프 24명 중에는 전 기수 선배들이 적지 않다. 대장정 14기 박민혜 씨(여·23·청운대)는 “비록 고통스러웠지만 완주했다는 짜릿함과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리웠다”며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원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행군 중에 전후방 차량을 쉴 새 없이 통제하며 뛰어다니는 행진팀. 대열 맨 앞 100m 전후방의 첨병 등 오히려 스태프들이 대원보다 훨씬 운동량이 많다.
박카스 국토대장정은 외환위기 삭풍이 몰아친 1998년 여름 처음 시작됐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암울하던 사회 분위기를 이겨낼 희망을 국민들에게 줄 방법이 없을까 고심 끝에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한다. 강 회장은 “고귀한 우리 땅을 한 걸음씩 밟아 가며 완주했을 때 성취감은 인생에서 큰 정신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80㎞인 이번 대장정 완주식은 오는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한얼광장에서 열린다.
천안=이해성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