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쟁점…대기업 어떻게 볼 것인가] 국내서 손 쉽게 돈 벌어 자기 배 불리는 공룡?…"그건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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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업은 탐욕스러운가

해외매출 비중 절반 넘어…수출로 벌어 한국서 세금 내
협력업체 영업이익률 높아…中企 등친다는 인식 잘못

재계 인사들은 요즘 입을 꽉 닫았다. 말을 꺼내기가 무서워서다. 잘못 말했다가는 보복이 두렵다. 그야말로 숨죽였다. 기업 경영에 큰 파장을 몰고올 민감한 내용의 공약들이 쏟아지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총선과 연말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대기업 해체 작업이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왜곡된 통계가 사실인 것처럼 확대·재생산돼도 해명할 방법이 없다. 양극화 논란을 불러온 경제력 집중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운찬 전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 1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3%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합계인 GDP와 해외 및 국내 실적을 합친 기업 매출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대기업 매출과 총자산을 GDP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사과와 배를 나란히 놓고 분석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손쉽게 돈을 버나



국내에서 편하고 손쉽게 돈을 벌어들인다는 주장은 대기업을 공격하는 데 가장 자주 쓰이는 무기 중 하나다. 하지만 간단한 통계만 봐도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해외에서 수익을 거둬 국내에 세금을 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대부분 50%를 넘는다. 전자·자동차·건설·조선·철강·정유·화학·화학제품·전기장비·섬유 등 국내 10개 대표 업종의 대표기업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금액(2010년 감사보고서 기준)은 194조8000억원이다. 이에 비해 국내매출은 89조5000억원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85%와 58%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90%, 효성 76.8%, 금호석유화학 64%, SK이노베이션 60% 등이다.

돈은 해외에서 많이 벌어도 세금은 본사가 있는 한국에 납부한다. 2010년 10대 기업이 낸 법인세 총액은 6조1000억원. 전체 법인세 납부액(44조9000억원)의 13.5%를 차지한다. 수출로 얻은 수익을 기준으로 한 법인세가 4조2000억원, 내수 기준 법인세는 1조9000억원이다.



경제력 집중과 양극화에 대한 사실 왜곡도 심각하다. 경제력 집중 현상을 명확하게 분석하려면 ‘전체 산업 매출액 대비 4대 그룹 매출액’을 보거나 ‘전 산업 총자산 대비 4대 그룹 총자산’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매출 기준 4대 그룹이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20.5%에서 2010년 18.8%로 줄었다. 10대, 20대, 30대 그룹으로 넓혀도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자산 역시 4대 그룹이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19.6%에서 2010년 18.4%로 소폭 하락했고 최근 7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협력사 등쳐 돈 벌었다?

대기업이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을 쥐어짜 이익을 낸다는 인식도 널리 퍼져 있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바람에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렇까.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펴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경영격차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0년 사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대기업 5.69~8.80%, 중소기업 5.08~5.67%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10년간 큰 차이가 없었다.



중소기업을 대기업 협력사와 일반 중소기업으로 나눠 분석하면 협력사들의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협력업체는 5%대를 유지한 반면 일반 중소기업은 4~5%대였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2009년부터 3%대로 주저앉았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게 이익 측면에서 더 좋고 안정적이라는 얘기다. 이 보고서를 만든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영업이익률 변화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협력사도 업황이 좋으면 이익이 늘고 나쁘면 줄어드는 게 바람직한데 대기업들은 협력업체들의 이익률을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기업 협력업체들의 이익률이 유독 박한 것도 아니다. 미국 애플의 주요 협력사 중 대만에 있는 상장사 9곳의 작년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3.2%에 그쳤다.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 주요 10개 협력사의 2010년 영업이익률 11%에 비해 훨씬 낮다.



이건호/김현석/윤정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