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 고금리 보험상품의 불편한 진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한국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시장대비 높은 이율…출혈경쟁
재무건전성 악화 금융피해 우려…이율산정 바꿔 자율제한 유도를

김종국 < 전주대 금융보험학 교수 kimch@jj.ac.kr >
며칠 전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고자 은행에 찾아 갔다. 정기적금을 들자니 연 4% 안팎인 이자가 별 매력이 없고, 펀드에 가입하자니 요즘 주식시장 변동성이 너무 큰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자 직원은 “연 5.2%의 복리 이자로 목돈 마련하세요”라며 새로 나온 저축성 보험을 추천해 주었다. 고금리로 준다고 하니 금방 현혹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저축성 보험이 은행보다 높은 이율을 제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자 보험업계에서 때아닌 ‘금리’전쟁이 시작됐다. 최근 일부 보험사들이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을 연 0.1~0.2%포인트 높이자 나머지 회사들도 잇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금리 출혈경쟁은 마치 서로 마주한 자동차가 돌진해 누군가 피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치킨게임’과도 같다. 충돌 직전 겁이나 핸들을 꺾자니 경쟁에서 도태돼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 같고, 앞만 보고 돌진하자니 파산과 보험산업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고, 그렇다고 사전에 입을 맞춰 서로 핸들을 꺾자고 하자니 담합이라며 처벌하겠다고 하니, 이 정도면 ‘애정남’이 이 애매한 ‘적정 수준’을 정해줄 때가 된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면 시장금리 대비 과도한 이율은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보험계약자의 수급권도 불안해질 게 뻔하다. 최악의 경우 금융시스템 붕괴라는 상황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100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질 보험사의 역할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으니, 지금의 금리 출혈 경쟁을 그저 남의 집 불 보듯 뒷짐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더 올릴 수도, 그렇다고 스스로 내릴 수도 없는 이 딜레마는 정책감독당국의 적극적인 개입만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공시이율을 감독당국이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가격 자율화라는 커다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첫째로, 공시이율 산출 방식 개선을 들 수 있다. 현재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은 각사별로 국고채 금리와 같은 외부 지표금리와 내부 운용자산 이익률을 가중평균한 후 80~120%의 범위에서 책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외부 지표금리를 어떤 것들로 설정하는지, 가감폭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얼마든지 회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책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보험사의 평균 공시이율은 5%로 지난달 기준금리 3.25%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며 심지어 일부 손보사의 경우 5.4%의 높은 이율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시이율 산정방식 표준화나 가감폭 축소 등 공시이율 산정방식을 개선해 자의적 조정 여지를 축소시켜야 한다.



둘째로 표준이율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표준이율은 보험회사의 책임준비금 적립의 기준이 되므로 이를 낮추면 보험사들이 고금리를 제시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시이율을 인하하게 될 것이다.



보리 안 패는 삼월 없고 나락 안 패는 유월 없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금리 경쟁이 화두가 되고 있는 만큼 비판에서 그치기보다는 그들이 재무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보험사들 역시 팔기 쉬운 저축성 상품 판매에만 치우치기보다는 다양한 보장성 상품개발 등을 통해 보험 본연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그것이 ‘충돌’은 막으면서 다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조금씩 ‘핸들을 꺾는’ 길이다.



김종국 < 전주대 금융보험학 교수 kimch@jj.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