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의 실험 'KPI'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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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장 도움 안된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사진)이 금융업계에서 처음으로 부서의 핵심 평가지표인 KPI(Key Performance Index)를 없애기로 했다. 지속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는 또 부서별 인력 TO(정원)도 철폐한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를 열어 올해 이 같은 경영전략을 펼치기로 확정했다. 정 사장은 “9년 만에 낯선 실험을 시작했다”며 “발전의 기틀이었지만 점점 족쇄가 되고 있는 제도들을 폐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PI는 금융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지표로 보통 조직의 목표 달성 정도를 측정하는 데 활용한다. 예를 들어 카드사의 경우 ‘연말까지 1인당 회원 유치 실적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린다’고 하면 ‘1인당 회원 유치 수’가 KPI다. 리스크관리 부서라면 통상 ‘연체율’이 KPI다. 정 사장은 “여러 제도나 관리기법은 시간이 가면서 목적을 상실하고 ‘관리를 위한 관리’로 변질한다”며 철폐 이유를 강조했다.



현대카드·캐피탈은 대신 ‘정성적 평가’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새로운 평가 방법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환경과 회사의 전략적 목표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평가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치’ 자체가 목표인 평가 방식은 지양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카드·캐피탈은 또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부서별 인력 TO도 없애기로 했다. 인사부에서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TO를 관리하는 대신 개별 사업본부에 인력 운용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일임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다른 부서보다 되도록 많은 사람을 확보하려는 부서 이기주의를 없애고, 조직 운영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현대카드·캐피탈은 앞서 사내 채용 시장인 ‘커리어 마켓’을 도입해 주목받은 바 있다.

회사는 이와 함께 지난해까지 100가지 넘던 전략과제도 올해는 10개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방대하게 나열된 과제들을 우선순위를 매겨 추려낸 뒤 집중적으로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장은 “이유도 모른 채 관성적으로 하던 것들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