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마그리트·정선…거장들 藝魂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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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유선태 씨 가나서 개인전
"예술이란 세상에 널려 있는 소재를 수수께끼나 퍼즐식으로 모아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것이죠.작은 구슬의 경험들이 모여 목걸이라는 그림을 만드는 것처럼요. "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중견 화가 유선태 씨(55)는 "자전거,사과,책,음표,저울,사다리 등 오브제가 생성과 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윤회의 상징"이라며 "그림 속의 장면은 모두 과거에 보았던 것들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파리8대학에서 수학한 유씨는 일상의 소재를 활용해 초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해왔다. 1980~1990년대를 파리에서 보낸 그는 살아오면서 보거나 느낀 이미지들을 모자이크처럼 한 화면에 녹여내는 참신성 덕분에 한국보다 유럽 화단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말과 글-자전거 타는 사람'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아크릴 회화 50여점과 조각 10여점을 내놓았다. 소재는 다양하지만 그림 속에는 자전거를 탄 남성의 뒷모습이 조그맣게 등장한다. 작가에게 자전거는 상상력의 거울이다.



"중학교 때 용돈을 모아 자전거를 샀어요. 힘차게 페달을 밟아가며 산과 언덕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자전거에는 예술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유목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큰 숲을 여행할 수 있게 하죠.그림은 자전거처럼 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나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집약적인 작업입니다. "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화면에 '말과 글'이 빼곡하다. 그는 "캔버스 위에 '말'과 '글'이라는 단어를 그리듯이 써 내려가는데 동양적이면서 서양적이기도 한 작품의 정체성을 찾는 준법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사르트르의 '말과 글'이란 책을 읽었는데 흥미롭더군요. 말은 순식간에 없어지기도 하지만 한번 뱉으면 그것으로 모든 게 결정되잖아요. 반대로 글은 썼다 지우고 다시 쓸 수 있죠.말과 글이 더해져 힘이 커진다는 의미에서 그림 위에 글씨를 그려넣었습니다. "



골동품 수집을 좋아하고 하루종일 작업만 한다는 그는 "국내외 유명화가들의 그림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파블로 피카소나 르네 마그리트,살바도르 달리 같은 서양화가의 그림이나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같은 우리 옛 그림들이 사과나 책,음표 등과 함께 등장한다. 르네상스 시대 무명 화가들의 꽃 정물화를 조합한 시리즈나 국제우편봉투의 프레임 속에 그림을 우표 모양으로 그려넣은 것도 있다.

"젊은 시절 칸딘스키와 모딜리아니,마티스의 작품 색감에 빠졌습니다. 거장들의 그림을 보면 제가 작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백사장 속의 모래 한 알 같은 느낌이랄까요. "요즘은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이란 화두에 새삼 빠져들고 있다. 옛 것과 새 것을 적당히 아울러야 참신한 스토리를 잘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전시는 29일까지 이어진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