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김일성 별장이 한 곳에…아이들 '안보견학' 데려가 볼까

● 강원도 고성

DMZ박물관 한바퀴 돌고 화진포 아쿠아리움으로…
광개토대왕 전설 깃든 금구도, 터만 남은 건봉사엔 무상함이…

먼 옛날 강원도 바닷가 마을에 이화진이라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인색하고 고약하기로 소문난 그에게 어느 날 건봉사 스님이 시주를 받으러 왔다. 이화진은 시주 대신 소똥을 퍼주었고,스님은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고 돌아나갔다. 이 광경을 본 이화진의 며느리는 얼른 쌀을 퍼서 스님을 쫓아 갔다. 용서를 빌며 화진포 고개의 고총산까지 따라온 며느리에게 스님은 "그대는 나를 따라오면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결코 뒤돌아보지 말라"고 했다.



얼마 후 갑자기 뒤에서 하늘이 무너질 듯한 굉음이 들리자 며느리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하늘에서 폭우가 마구 쏟아져 이화진이 살던 집이며 논밭은 순식간에 물에 잠겨 호수가 됐다. 스님은 간데없고 며느리는 애통해하다 그만 돌이 돼버렸다.

◆민통선 이북에도 꽃은 피고



이런 애달픈 전설이 깃든 동해안 최북단 고성의 화진포로 간다. 서울에서 화진포까지는 210㎞,승용차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고성은 분단의 비극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곳이다. 군 자체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고,행정구역의 상당 부분이 비무장지대(DMZ) 아래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다. 곳곳에서 목격하는 출입 통제나 위험 표지판,민통선 북쪽에 있는 DMZ박물관과 통일전망대 등을 찾는 안보관광객 등이 분단의 현실을 실감케 한다.



영동의 바닷가는 영서지방에 비해 날씨가 따듯해서 매화며 개나리 등이 한발 앞서 핀다. 화진포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반기는 건 화진포해양박물관 마당에 서 있는 '관동별곡 800리 답사1번지 고성'이라고 새긴 기념비다. 해양박물관에는 각종 희귀 조개류의 껍데기와 화석 등이 전시돼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다양한 어류들을 산 채로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이다.

◆화진포에서 만나는 이승만과 김일성



해양박물관에서 나와 정면의 다리를 건너가면 화진포 호수다. 동해안의 최대 석호인 화진포 호수는 넓이가 약 237만6000㎡,둘레는 16㎞에 이른다. 호수와 바다 사이에는 밟으면 소리가 난다는 명사(明砂)가 깔린 화진포 해수욕장,울창한 솔숲과 갈대밭이 있다. 화진포(花津浦)라는 이름이 전설보다는 호숫가에 만발하는 해당화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화진포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간다.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원산에 있던 외국인 휴양촌을 화진포로 강제로 옮기게 했다. 서울YMCA 학감이던 1911년 처음 이곳에 들렀던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현재 별장 건물의 위쪽에 있는 이승만 기념관 자리에 단층 건물로 별장을 지었다. 별장 건물은 방치되고 허물어졌다가 1999년 복원돼 이 전 대통령의 유품과 역사적 자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화진포 해수욕장 남쪽 끝에는 자연석으로 외벽을 장식한 '화진포의 성'이 유럽의 고성처럼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 선교사들의 예배당이었다가 1948년 이후 북한이 귀빈휴양소로 운영하면서 김일성과 그의 가족들이 여름 휴가를 즐겼다고 한다. 이곳이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성의 옥상 전망대에 서니 맑고 투명한 화진포 앞바다가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초도항 건너편,광개토대왕의 능이 있다는 전설이 깃든 화진포 앞바다의 작은 섬 금구도가 손짓한다.



◆무너진 절터에 찾아온 봄



민통선 안에 있는 건봉사(乾鳳寺)에 들렀다. 금강산 줄기가 시작되는 건봉산 감로봉의 동남쪽 자락에 있는 건봉사는 신라 법흥왕 7년(520년)에 아도화상이 절을 짓고 원각사(圓覺寺)라고 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공민왕 때인 1358년에 나옹대사가 중창하면서 건봉사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 4대 사찰의 하나로 꼽힐 만큼 컸고 일제강점기에도 강원도의 대표 사찰이었던 건봉사는 6 · 25전쟁 때 전소됐다. 당시 폭격으로 수백 칸에 이르던 전각이 모두 타버렸고 지금은 새로 지은 대웅전과 적멸보궁 등 몇 동의 건물만 서 있다. 이 봄,나그네를 처음 맞는 것은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폭격의 와중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일주문과 만개한 벚꽃이다. 일주문을 따라 올라가 주춧돌만 남은 옛 절터를 둘러보며 영원히 고정불변하는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 여행 팁



고성은 안보관광지다. 민통선 이북에 있는 통일전망대,DMZ박물관에 들러 평소에 잊고 지내던 분단과 대치의 뼈아픈 현실을 상기해보면 어떨까. 2009년 문을 연 DMZ박물관은 한국전쟁과 냉전의 흔적,60여년간 원형대로 보존해온 DMZ의 생태환경 등을 두루 정리해놓고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송지호에서 철새들의 군무를 보거나 소똥령마을 농촌체험(http://sottong.go2vil.org),진등마을 황토체험(011-370-4221),송지호 해양심층수 체험(033-680-3351) 등도 해볼 만하다.

자연산 물회,명태지리국,도치두루치기,털게찜,고성 막국수,도루묵찌개,토종흑돼지,추어탕을 꼭 맛봐야 할 '고성8미'로 한국음식업중앙회 고성지부(033-682-2905)는 추천한다.




고성(강원)=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