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의 '따뜻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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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 천양희 지음 | 창비 | 127쪽 | 7000원
삶과 고독에 대한 투쟁을 놀라운 언어로 승화시켜 온 시인 천양희씨(69)가 6년 만에 일곱 번째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를 냈다. 이번에는 너무 빠르게 나아가거나 멈춰서지 않고 '우두커니' 관조하는 자세로 삶을 성찰한다.



단련된 언어는 곳곳에서 읽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곳에서 이곳까지 바다를 업고 왔다고 그가/말한다 파도처럼 철썩철썩 세상의 귀싸대기/때리며 말한다'('바다시인의 고백' 부분),'나무는 대체로 정신적이다/고고(高高)하고 고고(固固)한 것/아버지가 저랬을 것이다'('오래된 나무' 부분),'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2월은 홀로 걷는 달' 부분)….

자연을 바라보는 짧은 시에서도 깊고 넓은 생각의 폭을 확인할 수 있다. '올라갈 길이 없고/내려갈 길도 없는 들//그래서/넓이를 가지는 들//가진 것이 그것밖에 없어/더 넓은 들'('들' 전문).



고희를 앞둔 시인의 시선은 따뜻하다. '제 온몸으로 성전'이 된 고독을 기꺼이 사랑한다. 지하철 환승역 계단에서 팔다리가 뒤틀린 채 구걸하던 여인이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다행이라고 외친다.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한잎의 혀로/참,좋은 말을 쓴다'('참 좋은 말' 부분)에선 시와 시인의 운명에 대한 애증이 묻어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