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장대환 전 국무총리서리,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이들의 공통점은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의 덫에 걸려 낙마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위장전입과 병역기피,논문표절 의혹까지 사유도 가지가지였다. 한껏 높아진 국민의 도덕성 잣대에 예외는 없었다.
지난 10년간 모두 11명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2명의 총리후보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고,노무현 정부에선 5명이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 4명이 청문회의 희생양이 됐다.
10년의 인사청문회는 고위직 인사풍토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왔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성에 하자가 있다면 총리나 장관이 되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의받은 명망가 중 적지 않은 인사가 손사래를 치며 고사했다고 한다. 살아온 삶의 궤적으론 청문회 통과에 자신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한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사람을 쓸려고 해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며 인재 풀의 한계를 토로했다는 얘기가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공직사회 전반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솔선수범하는 자세)의 문화가 정착된 건 청문회의 긍정적 측면이다.
그림자도 있다. 모호한 잣대와 고무줄 기준으로 인해 능력있는 인사가 낙마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근거없는 인민재판식의 정치공세로 인해 후보 본인은 물론 가족이 치유불능의 깊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 장관 문턱에서 낙마한 인사들 중 일부는 청문회를 정국주도권 장악의 계기로 삼으려는 여야 정치공학의 희생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청문회 때마다 되풀이된 야당의 도(度)를 넘는 후보 흠집내기와 여당의 감싸기 행태는 고질병이 되다시피했다. 청문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더 심각한 건 이중잣대다. 비슷한 사안도 정치상황과 사회분위기에 따라 결론이 달랐다. 똑같은 위장전입으로 일부는 낙마한 반면 어떤 사람은 기사회생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억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중잣대 문제는 도입 10년을 넘긴 인사청문회의 근본적인 숙제다.
인사청문회 시즌이 돌아왔다. 20일 시작돼 25일까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 청장 후보자 등 무려 10명이 줄줄이 시험대에 오른다. 벌써부터 일부 후보의 위법사실이 드러나고 의혹이 불거져 시끄럽다. 청문회 대상자 절반 가까이가 "자녀의 학교 때문"이라며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위장전입만으로는 낙마하지 않는다"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좌를 발견했다'는 한 후보의 과거발언도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다.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실을 밝히는 게 정치권의 임무다. 말 그대로 인사를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정쟁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이중잣대 문제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위장전입과 병역기피,논문표절 의혹까지 사유도 가지가지였다. 한껏 높아진 국민의 도덕성 잣대에 예외는 없었다.
지난 10년간 모두 11명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2명의 총리후보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고,노무현 정부에선 5명이 낙마했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두 4명이 청문회의 희생양이 됐다.
10년의 인사청문회는 고위직 인사풍토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왔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성에 하자가 있다면 총리나 장관이 되는 걸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제의받은 명망가 중 적지 않은 인사가 손사래를 치며 고사했다고 한다. 살아온 삶의 궤적으론 청문회 통과에 자신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한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사람을 쓸려고 해도 마땅한 사람이 없다"며 인재 풀의 한계를 토로했다는 얘기가 과장만은 아닌 것 같다. 공직사회 전반에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와 솔선수범하는 자세)의 문화가 정착된 건 청문회의 긍정적 측면이다.
그림자도 있다. 모호한 잣대와 고무줄 기준으로 인해 능력있는 인사가 낙마하는 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근거없는 인민재판식의 정치공세로 인해 후보 본인은 물론 가족이 치유불능의 깊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 장관 문턱에서 낙마한 인사들 중 일부는 청문회를 정국주도권 장악의 계기로 삼으려는 여야 정치공학의 희생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청문회 때마다 되풀이된 야당의 도(度)를 넘는 후보 흠집내기와 여당의 감싸기 행태는 고질병이 되다시피했다. 청문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더 심각한 건 이중잣대다. 비슷한 사안도 정치상황과 사회분위기에 따라 결론이 달랐다. 똑같은 위장전입으로 일부는 낙마한 반면 어떤 사람은 기사회생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후보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억울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이중잣대 문제는 도입 10년을 넘긴 인사청문회의 근본적인 숙제다.
인사청문회 시즌이 돌아왔다. 20일 시작돼 25일까지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 청장 후보자 등 무려 10명이 줄줄이 시험대에 오른다. 벌써부터 일부 후보의 위법사실이 드러나고 의혹이 불거져 시끄럽다. 청문회 대상자 절반 가까이가 "자녀의 학교 때문"이라며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위장전입만으로는 낙마하지 않는다"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좌를 발견했다'는 한 후보의 과거발언도 논란에 휩싸였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다.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실을 밝히는 게 정치권의 임무다. 말 그대로 인사를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정쟁에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통해 이중잣대 문제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