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맺힌 포도처럼 .. 류기봉 시인 남양주 '포도밭 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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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햇살이 따글거리는 토요일 오후.



탐스러운 포도 송이들이 밭고랑마다 반짝인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부드럽다.



가지마다 시인들의 육필시를 한 자락씩 걸고 서 있는 포도나무들.허리춤에는 문인들의 이름표도 달고 있다.



시인 김춘수 나무,이문재 나무,문태준 나무,소설가 박완서 나무….

지난 2일 경기도 남양주 진전읍 장현리의 농부시인 류기봉씨 포도밭에서 열린 '제9회 포도밭 작은 예술제'.주말 나들이 차림의 문인·예술가·독자들이 한적한 시골 소읍의 밭언덕을 가득 매웠다.



한 해 동안 정성들여 키운 포도를 수확하느라 검게 그을린 류씨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는 초대 문인들이 도착할 때마다 올해 포도농사가 잘 됐다며 연신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는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딴 포도송이를 내밀며 맛 한 번 보라고 권한다.



햇포도로 담은 술과 포도즙,막걸리와 떡도 한아름씩 내놓는다.



오후 3시20분.시인 설태수씨의 사회로 시작된 '작은 예술제'는 하늘·땅·사람이 하나가 된 '큰 예술제'로 변했다.

먼저 가수 김희진씨와 유로씨가 라이브 공연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가을편지'와 '얼굴' '인연' 등 주옥 같은 노래들이 소나무 숲 사이로 울려퍼지는 동안 가족 단위 참가자들의 박수와 탄성이 이어졌고 포도밭도 함께 달아올랐다.



이날 초청 문인 중 가장 원로인 시인 조영서씨는 "우리 삶이 다 그렇지만,여기 와서 보니 포도가 곧 시임을 또 알겠다"며 덕담을 건넸고 시인 정진규씨는 "때마침 류기봉 시인의 첫 산문집 '포도밭 편지'까지 나와 더욱 풍성한 예술제가 됐다"고 치하했다.



시인 정현종씨는 "포도농사를 짓는 시인의 삶이 꾸밈없이 드러난 산문집을 단숨에 다 읽었는데 참 맑고 진솔하게 썼더라"라고 호평했다.



숲그늘 아래에서 이뤄진 1,2부 행사에 이어 참가자들은 시인들의 육필시가 걸린 포도나무를 찾아 시에 얽힌 얘기와 느낌을 나누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인 조정권씨는 "포도 잎사귀에 듣는 빗방울 소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며 시 창작 과정을 조용조용 들려줬고,방송계 출신인 시인 유자효씨는 "느낌이 어떠냐?" 등 질문까지 섞어가며 구수한 입담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시인 이수익 서정춘 노향림 고두현 이덕규 차주일 심언주씨,소설가 이혜경 김정산씨 등 초청 문인 20명과 독자 150여명이 참가해 가을 포도밭 축제의 정취를 한껏 누렸다.



남양주=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