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시한폭탄 '복수노조'] 누구를 위한 복수 노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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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행될 복수 노조에 대한 노·사·정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재계는 경영에 큰 타격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고 노동계는 겉으론 찬성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노·노 갈등을 이유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기구에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함께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여서 특별한 돌출 변수가 없는 한 내년부터 복수 노조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사 당사자가 복수 노조를 꺼린다면 정부도 이를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재계는 현재 단일노조 아래에서도 노노·노사 갈등에 시달려 왔는데 복수 노조가 허용될 경우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에선 복수 노조 허용에 기대를 걸기도 하지만 재계 전체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보이는 기업이 더 많다.



노동계는 헌법에 보장된 결사의 자유를 들먹이며 복수노조 허용을 주장해 왔지만 막상 시행 시기가 다가오자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동계가 복수노조 시행을 반대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복수 노조만 시행된다면 노동계로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버틸 만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함께 시행되면 자체 노조 회비로 전임자의 임금을 마련해야 해 노동 운동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노동계가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양대 노총은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총력 투쟁을 통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특히 한국노총의 경우 산하에 재정 여력이 취약한 중소 사업장이 많아 조직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복수 노조는 노사 모두 반대하는 셈이다. "누구를 위한 복수 노조냐"는 얘기가 이래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복수노조 시행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



무엇보다 국제 기구에 약속해 놓은 상태여서 또다시 연기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송봉근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내년 1월이 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시행에 들어간다"며 "또다시 늦출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복수 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시행에 대한 유보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가 복수노조 시행을 연기키로 합의할 경우 정부도 어쩔 수 없이 노사합의 정신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분에 집착해 시행을 고집했다가 우리 경제가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면 그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 기구에서도 이를 시비 걸기는 어렵다.

국제 기구가 단결권 보호 차원에서 복수 노조를 권고한 것인데 노동계 스스로가 이를 포기한 셈이기 때문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