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바이오 전쟁' 중] 유전자 연구로 '맞춤약' 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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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려 30억여개의 DNA로 구성돼있다. 이들 각각은 과연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일까.



사람마다 DNA의 차이를 알면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있는 약을 골라 처방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 도쿄대병원 의과학연구소는 바로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인간 DNA를 보관하는 'DNA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DNA뱅크에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8만여명의 혈청으로부터 추출해낸 인간 DNA가 보관돼 있다. 세계 DNA뱅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일본에서도 DNA뱅크를 갖고 있는 곳은 의과학연구소밖에 없다. 이들 DNA는 변질되지 않도록 24개의 질소탱크 안에서 -150도 이하의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각각의 질소탱크는 지진이 일어나도 일주일 동안 DNA를 저온상태로 보관토록 설계됐다.



의과학연구의 DNA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나카무라 유스케 도쿄대 의대 교수는 "앞으로 30만개까지 보관 DNA수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의과학연구소는 이들 DNA를 갖고 세계 유전자 연구 프로젝트인 '햅맵(HapMap)'에 참여하고 있다. 햅맵은 유전학 용어인 '일배체형(haplotype)'에서 따온 말이다.



의과학연구소팀을 비롯해 세계 6개국의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햅맵 연구팀은 사람과 사람을 구별하게 해주는 미세한 DNA의 차이를 담은 유전자 지도를 만들었다. 백인,황인,흑인 인종별로 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해 약 1000만개의 유전자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 유전자의 차이는 결국 체질의 차이를 나타내주는 것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인종이나 개인별로 어떤 약이 잘듣고 부작용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유스케 교수의 말이다.

예컨대 미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이레사'는 동양인의 경우 약 20%의 환자에게서 효과를 나타낸다. 즉 나머지 80%의 환자는 이레사를 먹어도 별로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환자가 이레사를 먹었을 경우 효과가 있을지 여부를 유전자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면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즉 '환자맞춤형'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의과학연구소는 이에 따라 환자맞춤형 약을 알아내기 위한 유전자 차이를 연구하고 있다. 또 유전자 지도를 이용해 궁극적으로는 당뇨병,암 등 50여가지 질병의 원인을 밝혀낼 계획이다. 이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규명하면 피 한 방울로 각종 질병감염 여부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DNA칩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더 나아가 병을 근본적으로 낫게 하는 유전자치료제 개발도 기대되고 있다.



유스케 교수팀은 2004년 대장암 환자 80여명과 간암 환자 20여명의 암세포를 조사해 이들 가운데 80%에서 'SMYD3'라는 유전자가 발현된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인공적으로 투입하는 실험을 통해 이 유전자가 암세포 등 세포의 증식을 2배로 늘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현재 이 유전자에만 작용하는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의과학연구소는 또 류머티즘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발견해 이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들 연구에 5년 동안 200억엔을 지원키로 했다. 또 일본 각지의 66개 병원이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병원에서는 간호사나 약제사를 지원해 유전자를 기증받는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유스케 교수는 "유전자 연구를 통한 환자맞춤형 약 개발은 계속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는 유전자 연구가 인류의 건강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