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문 베이징대에 다니는 유학생 이달림씨(20)는 표정이 밝다.
이씨는 작년 9월 (중국은 9월에 신학년 시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했다. 공부 잘하는 중국 학생들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지만 이씨는 "외국인은 중국인과 다른 시험을 본다"며 "성공은 얼토 당토 않은 말"이라고 겸손해했다.그는 "많은 중국인 수재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온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을 가장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중국과 외국에서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 함께 입학한 그의 동기생은 140여명에 이른다.
이씨의 꿈은 중국인 외교관 후보들을 잘 사귀어 한·중 외교의 가교를 잇는 훌륭한 외교관이 되는 것. 그 꿈을 이룰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지만 거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이씨가 베이징에 온 건 2002년 3월.중학교를 졸업한 직후였다.
한국의 유학원을 통해 베이징에서 국제부를 운영하는 한 고등학교를 소개받았지만 입학허가증은 반년 만에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 였지만 어학연수 6개월 과정만 마치고 다른 학교로 옮겼다.
"중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를 원했는데 학교측에서 외국인들만 있는 국제부에 계속 남기를 원하더라구요. 게다가 외국인 학생의 90% 이상이 한국 학생이라 한국에서 중국어학원 다니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 간 학교는 베이징 사범대 제2부속고등학교 . 어머니가 발로 뛰며 수소문한 끝에 찾아냈다. 처음 1년간은 칠판에 쓴 글씨도 받아쓰기 힘들 정도였다.
이씨는 "수업시간에 한국 소설책을 읽거나 엎드려 자기도 했다"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된 건 공책을 빌려주고 많은 얘기를 나눠준 같은 반 중국 학생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적극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 친구들도 손을 잡아주지요."
이씨는 "한국 학생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중국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갖고 동시에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게 알찬 유학생활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