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중국] 위안화 절상의 역풍

수출가 상승…선진국 경제 압박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을 놓고 미국과 중국간의 힘겨루기가 여전하다.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불가피하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외부의 압력에 굴복해 환율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최근 미ㆍ중간 정치적 힘겨루기와는 별도로 ‘경제적 측면에서 위안화 평가절상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및 서방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결론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미국의 무역흑자 축소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중국 모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모아진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무역구조에 있다. 미국의 전체 수입 중에서 중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9년 2.4%에서 2004년 13.4%로 급격히 늘었다. 그런데 동아시아(중국 포함)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36.4%에서 33.8%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당초 미국으로 갈 동아시아의 물건이 지금 중국을 통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대만, 일본 등 기업이 저렴한 노동을 찾아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고, 그들이 만든 상품이 지금 미국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제품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그 라벨 때문에 중국은 지금 위안화 공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안화를 평가절상한다면 당연히 미국시장에서 팔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가격은 오르게 된다. 단순한 논리를 적용한다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다. 미국의 수입상들이 제품 공급선을 저가 제품에서 중국과 경쟁을 벌이는 이들 나라로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의 무역적자는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서방의 언론 역시 위안화 평가절상은 오히려 미국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 공산품은 이미 미국의 주요 편의점을 장악한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가 높아진다면 수입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로 연결되는 것이다. 재정적자, 무역적자 등 쌍둥이 적자로 시달리고 있는 미국경제가 그나마 현 상황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은 가격안정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이를 흔들 수도 있다. 미국이 위안화로 거시경제 운영에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경제 연구원인 앤디 시에의 설명이다. “중국기업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신발의 경우를 보자. 수출가격은 10달러. 이 신발은 미국 월마트에서 30~40달러에 판매된다. 이 신발의 부가가치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수출구조로 볼 때 수출가 10달러 중에서 중국진출 외자기업이 2달러를 가져간다. 또 3달러는 중간재 수입에 들어간다. 중국기업과 노동자가 가져가는 부가가치 이익은 5달러 정도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신발에서 미국에 돌아가는 이익은 20~30달러(판매가에서 수입가를 제외한 금액)다. 해상운송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미국인은 중국인보다 약 3~5배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으로 중국의 대미수출이 줄어든다면 누가 더 피해를 보겠는가.” 미국 전체 무역적자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9년의 79.3%에서 지난해에는 45.8%로 줄었다. 이는 중국의 저임 노동환경이 값싼 제품을 만들었고, 이는 수출가격을 낮춰 미국 무역적자 감소에 일조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인의 높은 소비성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소비성향이 줄어들지 않는 한 아무리 위안화를 평가절상한다고 해도 무역적자 규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금 6,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은 이중 1,900억달러(2004년 11월 말 현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ADB를 통해 매입한 것을 포함하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난다. 중국은 저가제품 수출을 통해 미국에서 번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사준 것이다. “중국은 노동을 통해 다량의 미국 달러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 돈을 미국인에게 꿔주었다. 미국인들은 그 돈으로 펑펑 소비하고 있다. 미국은 채무국이다. 미국은 채권 팔아 마련한 돈으로 중동에서 쓸 총알을 만든다. 그리고는 재정적자가 많다며 손을 벌리고 있다. 그런데도 채권국 중국에 ‘우리 기업이 힘들어하니 너희 돈 가치를 조정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중국 보도)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약 1,620억달러의 흑자(미국 통계)를 봤다. 그런데 중국은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320억달러의 흑자(중국 통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미국과 중국의 통계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미국에서 번 돈은 주로 중간재 수입에 썼다. 중간재와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이를 가공, 미국으로 수출한 것이다. 주요 수입원은 역시 동아시아지역이다. 중국의 수출감소는 동아시아 경제 전체에 타격을 주고, 결국 세계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우덕ㆍ한국경제 상하이특파원 woodyhan@hankyung.net ---------------------------------------------------------------- [ 돋보기 ‘블룸버그의 위안화 평가절상 오보 해프닝’] 번역상의 오류지만 위안화 ‘파워’입증 지난 5월11일 오후. 중국 위안(元)화가 국제 금융계에 쇼크를 던져준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기사가 시발점이었다. 이 통신은 중국 홈페이지 기사를 인용, ‘중국이 다음주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안화 하루 변동폭을 기존 0.3%에서 1개월 내 1.26%로, 그후 1년 내에 6.03%로 확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됐다. 국제금융계는 경악했다. 정확하기로 이름 높은 블룸버그가 중국의 관영 를 인용했다는 점에서 ‘팩트(사실)’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화가 급등하는 등 출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출처였던 홈페이지에는 관련 기사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중국이 위안화를 1년 안으로 6.03% 평가절상할 것이라고 밝히는 것은 곧 투기를 하라는 말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았다. 의문은 곧 풀렸다. 인민은행(중앙은행) 대변인이 직접 나서 “인민일보 보도는 수치를 잘못 이해한 데서 생긴 번역상의 오류이며, 다음주 위안화 평가절상은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의 해명으로 외환시장은 정상으로 돌아갔고, 세계 언론매체의 기자들 역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민은행의 해명으로 블룸버그의 위안화 평가절상 보도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번 사건은 세계 금융계가 위안화 평가절상에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위안화 환율문제가 세계경제의 가장 큰 현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꼴”이라며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에는 이 같은 해프닝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