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Life] 혼다 CR-V.. ‘실속’ 돋보이는 도시형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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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차가 정말 좋은 차인가’를 따질 때 제일 먼저 생각이 미치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차를 봐야 할지다. 흔히 자동차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묘사하기 위해서 가장 자주 동원하는 어휘가 ‘럭셔리’와 ‘실속’이다. 모든 업체들이 다 ‘럭셔리’와 ‘실속’을 강조하므로 과연 그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늘 궁금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자동차 가운데 실속이라는 면에서는 일본 혼다를 대신할 업체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실속’이라는 것은 또 어떤 의미를 갖는가. ‘럭셔리’한 차를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압도적인 파워’에 환상적인 연비를 갖춘다는 것은 말 그대로 ‘모순’일 뿐이고 사양과 가격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선택이 필요하다. 혼다의 베스트셀링 승용차인 어코드도 그렇지만, 도시형 SUV인 혼다 CR-V는 이런 정신이 가장 잘 살아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성능과 편의성은 최대한 구현했다는 것이 CR-V를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즉 필요한 것만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잘 적용된 모델이다. CR-V의 실속은 굳이 다른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판매로 증명된 대중적 인기야말로 CR-V가 얼마나 실용적이며 매력적인 자동차인지를 잘 보여준다. CR-V는 1995년 처음 출시된 이후 전세계 160여개국에서 180만대 이상 판매됐다.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10월에 처음 소개된 뒤 6개월 연속으로 수입 SUV부문에서 판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지가 올 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동차 신뢰성 평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에서 판매 중인 SUV 가운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모델에 선정되기도 했다. CR-V는 숨막히는 가속성과 넘치는 파워로 운전자의 마음을 앗아가는 자동차는 분명 아니다. 우선 엔진부터 보자. 어코드2.4에 장착한 직렬4기통 2.4ℓ i-VTEC 엔진을 채택하고 있다. 디젤엔진이 아닌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차량의 배기량이 2.4ℓ라면 SUV로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SUV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것처럼 여겨지는 4륜구동 방식도 운전자의 선택에 따라 포기할 수 있다. 그 대가는 2,99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4륜구동 모델의 가격도 다른 수입차에 비해 크게 낮은 3,390만원에 불과하다. 대형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기능과 호사스러운 각종 편의장치, 화려한 인테리어도 CR-V의 선택에서는 제외됐다. CR-V가 매력을 발휘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도시형 SUV라는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CR-V는 도시 거주자들이 일상생활과 주말 레저활동을 누리기에 편리하도록 최적화된 모델이다. CR-V의 엔진은 승용차에 가까운 정숙성과 주행성능을 자랑한다. 도로는 늘 체증에 시달리고, 고속도로 제한속도가 최고 시속 110km인 나라에서 5~6초 안팎의 정지가속(시속 100km 도달시간)이나 시속 200km를 가볍게 넘나드는 성능이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한다면 CR-V야말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적의 성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CR-V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미덕은 ‘공간’이다. 겉으로는 별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는 자그마한 체구로 보이지만 주말 레저차량으로 손색이 없는 넉넉한 공간을 자랑한다. 보통 운전석 옆에 자리하는 변속기와 핸드브레이크를 운전자 앞쪽으로 옮겼다. 덕분에 앞좌석 사이에 놓여 있는 테이블을 접으면 뒷좌석으로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넓다. 뒷좌석을 조절하면 MTB자전거를 분리하지 않고도 실을 수 있을 만큼 뒷공간도 여유롭다. 앞좌석의 머리받침을 제거하고 앞좌석과 뒷좌석을 동시에 눕히면 비행기 비즈니스클래스 좌석을 펼친 듯한 침대모양이 만들어져 밤낚시나 장거리여행 중에 잠시 몸을 눕힐 수 있다. 안전성 역시 정성을 기울인 부분이다. 4륜구동 CR-V에는 주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리얼타임 4WD 시스템이 적용됐다. 리얼타임 4WD 시스템이란 트랜스퍼 케이스에 유압식 다판 클러치가 들어 있는 방식. 앞뒤 차축의 회전수에 차이가 없을 때는 앞바퀴 굴림의 2륜구동 상태로 달리다가 노면 상태에 따라 앞뒤 차축의 회전수에 차이가 나면 즉시 4바퀴 모두에 동력을 분배함으로써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또 조수석에 동승한 사람의 몸무게에 따라 팽창압력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스마트 에어백을 전 차종에 기본으로 적용했다. 프런트 듀얼 에어백과 앞좌석 사이드 에어백, 사이드 커튼 타입의 에어백을 고르게 설치해 동급 최강의 안전장치를 갖췄다. 이외에도 급제동으로 인한 바퀴 미끄러짐을 바로잡아 주는 VSA시스템 등 각종 안전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운전석은 여성 운전자를 배려해 미니스커트를 입고도 부담 없이 승ㆍ하차할 수 있는 편안한 높이로 설계됐으며 최소 회전 반경이 작고, 시야가 넓어 운전이 쉽다. 이밖에 짐을 싣고 꺼내기가 간편하도록 차량 뒷문의 유리창 부분만을 열 수 있는 리모컨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차 안의 피크닉테이블은 분리가 가능해 야외에서 활용할 수 있다. 조영행 기자 andy@kbizweek.com [ 돋보기 ] 시승기 승용차 같은 편안한 주행성능 시승차량으로 제공된 모델은 CR-V 4WD. 차에 처음 오른 느낌은 상당히 생소했다. 우선 운전석 옆에 있어야 할 콘솔박스와 변속기, 핸드브레이크가 없다. 핸드브레이크는 센터 페시아 왼편에 손잡이처럼 달려 있고, 변속기는 그 바로 위의 계기판 쪽에 달려 있다. 센터 페시아 쪽을 살피니 오디오 밑에 냉난방 장치 조절을 위한 다이얼식 버튼 3개만 달랑 달려 있다. 운전대 오른쪽으로 뻗어 있는 변속기나 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단순한 센터 페시아에서 승용차보다 마치 1t 트럭에 오른 듯한 착각이 잠깐 들었다. 일단 차를 출발시켜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 우선 조용하다. 저속 주행에서의 정숙성이 유럽이나 미국 자동차보다 한 걸음 앞선 일본 차량답게 시내주행에서의 정숙성은 아주 뛰어나다. 코너링이나 전체적인 승차감도 흡족하다. 탑승자의 편의를 위해 앞좌석을 낮게 설계했음에도 전방 시야가 탁 트여 운전의 피로감도 덜한 느낌이다. 시내주행 성능은 전체적으로 SUV다운 강인함보다는 승용차의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역시 2.4ℓ 가솔린엔진이라는 배기량의 한계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고속주행에서도 차체 소음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엔진소음이 좀 커진다. 디젤자동차에 비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속도를 높이기 위해 엔진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이 소리로 와 닿는다. 순간가속에서도 프리미엄급 SUV와는 확실히 힘 차이가 느껴진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고속도로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구간이 시속 80~120km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보편적인 속도구간에 최적화된 셈이다. 인대시 타입의 6CD체인저를 갖춘 오디오 성능도 쓸 만하고, 센터 페시아 하단의 CD꽂이를 겸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나 리모컨으로 개폐가 되는 뒷문 유리 등 꼼꼼한 편의장치도 흡족하다. 아담한 느낌의 디자인에 비해 내부 공간이 상당히 넉넉한 것 역시 마음을 잡아끈다. 운전시간이 길어질수록 구석구석에 더해진 꼼꼼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만한 가격에 이만한 성능이면 충분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다. 한 가지 불만은 변속기. 자동변속기라 자주 손을 댈 필요는 없지만 레버를 옆으로 당겨서 아래위로 움직이는 동작이 좀처럼 손에 익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