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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록] 농림부의 이례적 행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질책으로 오히려 맘이 편해졌다.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진 만큼 모처럼 소신껏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농림부 관계자)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뉴욕타임스 8일자)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 당선자가 당초 약속대로 쌀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국내외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농어민대책 관련 국정보고 토론회에서 노 당선자가 "사표 쓸 각오로 소신껏 일하라"며 농림부 관료들을 질책한 것이다.
농림부는 즉각 반응했다.
지난 4일 올해 추곡수매가를 지난해보다 2% 인하키로 결정했다.
농림부는 이에 대해 "2004년 WTO 쌀 재협상에 대비해 국내 쌀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작년 양곡유통위의 추곡수매가 인하안을 동결로 후퇴시켰던 장본인이 농림부였음을 볼 때 노 당선자의 발언은 분명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최근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이번 농림부의 결정을 '생색용'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DJ의 퇴임을 앞둔 시기라 수매가 인하를 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이 가능했지만 결국 여당인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다면 농민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농림부가 다시 한 차례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10일 농림부는 WTO 농업협상과 관련,향후 쌀 개방을 대비해 쌀 등 핵심 농산물에 대해 예외적인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혀 사실상 쌀 관세화를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향후 쌀 재협상을 포함, 우리나라 농업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결국 노 당선자의 선택에 달렸다. 계속 농림부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아니면 뉴욕타임스의 전망대로 정치적인 실익을 챙길지 지켜볼 일이다.
임상택 사회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