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및 검사권을 둘러싼 관계부처간 다툼을 들여다보면 밥그릇싸움 성격이짙다. 바로 자리싸움이다. 작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전부터 정부지분이 있던 은행의 감사는 재경부 출신이다. 한빛은행처럼 모호한 곳은 다툼끝에 금감위쪽 사람의 "낙하"로 결론이 났다. 한국은행 지분이 있는 외환은행은 누가 행장을 맡느냐를 놓고 물밑에서 한은-재경부연합과 금감위가 치열한 대결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금감위가 은행권에 합병 등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던 작년 7월께 일이다. 금감위에는 은행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은행들은 필사적으로 금감위에 매달렸다. 이때 재경부가 뒤질세라 전가의 보도를 휘둘렀다. "재정자금을 투입해 빨리 끝내자" 이번에는 은행사람들이 재경부로 몰려갔다. 새 정부 출범후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재경부 사람들도 모처럼 어깨에 힘을 주며 은행 앞에서 "구세주"로 행세했다. 이를두고 당시 금융계에는 "금감위는 저승사자인데 재경부는 이승사자더라"는 말이 나돌았다. 금감위를 떠난 재경부출신 모국장의 얘기다. "재경부가 이것저것 다 떼이고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종전 권한과 영향력의 30%는 행사하더라" 물론 이런 부처간 다툼은 금융기관 감독권한과 금융정책(인허가권, 법령 제개정권) 기능이 나눠졌지만 실제 정책에서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발생한다고 볼수도 있다. 최근 시중단기자금 부동화를 막기위해 금감위가 투신사 단기펀드에 장기채편입을 제한하려고 하니까 재경부가 단기금리가 올라간다고 제동을 건 것이대표적인 예이다. 금감위는 기관감독차원에서 시도했고 재경부는 금리정책을 우선시해 제동을건 것이다. 재경부와 한은도 금리인하 정책을 놓고 자주 싸움을 벌이는 사이. 두 기관 모두 금리인하에 동의하지만 주도권을 갖고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을자주 노출하고 있다. 서로 역할이 겹치면서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최근 보험사 구조조정과 관련한 공적자금 투입규모와 방식도 이런 문제에 속한다. 재경부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기능이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재경부는 금융감독기구가 정책부서에서 떨어져 있는 것은 물론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위가 총리실 산하에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차제에 금감위를 무자본 특수법인화해 한은과 같은 독립기구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한은 집행부", "금감위"는 한은의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금감위는 국제통화기금(IMF)나 세계은행(IBRD)이 금융감독권을 자신들에게 넘기라고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정책 수행상 필요한 법률제.개정권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금감위는 특히 지난달 국회보고에서 현재의 위기상황이 어느정도 해소된 다음 예금보험공사를 재경부 밑에 두는 현체제가 적절한지를 따져 금감위 산하로 편입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한 예금보험공사를 재경부에서 떼어 놓겠다는 생각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금감위쪽에도 문제는 많다. 예컨대 공무원이 아닌 금감원 사람들은 금감위가 비대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금감원 사람들이 금감위에 대해 모피아(재경부의 약칭인 MOF에 마피아를 합성한 말)의 유토피아라는 뜻으로 "모피토피아"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경계감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금융부"구상이 부딪힐 수 있는 최대 난관이다. 금감원안에도 재경부로부터 더 많은 금융감독권을 가져올수록 더 많은 재경부출신들이 낙하하는 현실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시각은 없지 않다. 한편 특수은행 등 피감기관들은 "상전"이 명확치 않아 당하는 불편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수은행의 경우 재경부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회가 번갈아가며 들이닥치는바람에 1년내내 검사 감사만 받는다고 불평한다. 한 특수은행장은 "그러면 금감원이 검사를 전담하는 시중은행들은 부실하지않느냐"고 말했다. 피감기관의 입장이나 이익을 무시한 부처간 잿밥싸움을 질타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