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북-미 현안 일괄타결 제안

김대중 대통령이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관련 현안들이 북.미간에 일괄타결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다. 북한이 금창리 핵의혹시설 조사를 받아들이면 반대급부로 식량지원은 물론 경제제재완화, 미.북 외교관계정상화 등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이 김 대통령이 제시한 "일괄타결"의 골자다. 금창리 지하시설 조사에 대해서는 "대가"제공이 있을 수 없다는 미국의 공식적인 입장과도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을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북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게하는 것이고, 동시에 북.미 현안해결을 위한 가장 현실성있는 시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한과 미국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의 정부방침이지만, 김 대통령의 이번 일괄타결 제안은 종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일면이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북.미간의 접촉에 대해 소극적 방관자적 입장을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제네바협상 미사일협상 등에서 사실상 국외자로 머물면서 그 결과만 피동적으로 수용하려는듯한 입장이었다고 봐도 크게 잘못이 아니다. 북.미, 또는 북.일본간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도 표면적인 공식입장과는 다른 측면을 느낄 수 있게한 것도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김 대통령의 이번 일괄타결주장은 소극적 피동적 대북한 정책의 능동적인 전향과 확고한 일관성 유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북.미간모든 협상의 결과가 1차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감안하면, 그 협상방향을 주도적으로 제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또 "외국에서 수입해서라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겠다"고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1백80도 방향을 바꿨던 전정권과는 달리, 금창리파문이일고있는 가운데 금강산관광을 예정대로 밀고나간데 이어 북한제재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우리는 북한당국자들이 김 대통령의 진의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기를 기대한다. 미의회를 중심으로 반북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김 대통령이 북.미관계개선 경제제재완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는 점을 북한당국자들은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려는 김 대통령의 노력, 햇볕정책의 참뜻과 신뢰성을 제대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김 대통령은 경수로건설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는 만큼 북한핵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권한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정세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북한이 협력하면 돕고 도발하면 응징한다는 전제아래 미.북관계개선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