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어음보험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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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보험제도가 늦어도 이달 중순안에 시행될 것 같다. 이 제도의 근거법령인 소기업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은 이미 지난달29일 국무회의를 통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하는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납품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부도가나 연쇄적으로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않은 현실을 감안할때 어음보험의 제도화는 그 자체만으로 일단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한보 기아 등 대기업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연쇄적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계의 기대 또한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부의 재정사정 등을 감안할때 현실적으로 한계가 너무도분명하고 그 부작용 또한 없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제도의 운영을 맡을 신용보증기금은 올해말까지 8백~1천개 중소기업에 보험공급액기준 1천1백억원을 지원할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간 물품거래가 거의 대부분 어음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1천1백억원"이 어느정도 비중이 될지는 쉽게 짐작할수 있다. 내년에도 정부는 어음보험기금으로 1백억원만 출연하기로 이미 방침을 굳히고 있다. 이 제도 도입에 앞서 금융연구원은 어음보험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매년 재정에서 7천5백억~4조5천억원을 출연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 정부 재정사정을 감안할때 의욕만을 앞세운 제도 도입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었다. 96년 3천5백억원, 97년 4천억원에 달한 신용보증기금 출연도 힘겨운 형편인데 또 어음보험기금으로 1백억원이상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예산당국자들의 말은 의원입법인 소기업지원 특별조치법의 문제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받은 어음의 부도에 대비, 어음보험에 드는 경우라면 그 어음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어음일게 자명하다. 이 때문에 어음보험에 든 어음의 부도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고 구상권행사는 거의 불가능할것 또한 쉽게 예상할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설혹 재정사정에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음보험기금출연을 늘리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어음보험의 시행은 이제 확정된 일이기 때문에 그 순기능을살리고 부작용은 줄이는 지혜가 긴요하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게 어음보험금을 노린 계획적인 부도사범들의준동이다. 백지어음을 팔고 사는 어음사기범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음보험은 좋은 먹이감일수 있다. 국민의 혈세가 그런 사기꾼들의 젖줄이 되는 일이 없도록 신용보증기금은 각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초기에는 어음발행자 보험가입자의 사업경력 등 신용도를 철저히 조사하는 보수적인 운영이 긴요하다고 본다. 물품거래 사실을 반드시 확인, 사기범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말썽많은 어음제도를 수요거래로 전환시킬수 있는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