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섬우화] (101) 제3부 : 환상의 커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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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수는 다른 날과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루하고 허망하기까지 한 월요일 오후다. 힘찬 노크소리와 함께 간호사가 우편물을 들고 진료실안으로 성큼 들어온다. 그녀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밝다. "박사님, 지영웅의 편지가 있어요. 외국에서 왔는데요" 발신지는 페루 리마에서였다. 페루라? 공박사는 아이러니컬해지며 웃는다. 그녀는 무척 반가웠지만 내색을 안하고, "오늘은 좀 지루한 날이군.봄이라서 그런가, 나른하구 이상하잖아?" "박사님 기분이 그러신가 봐요. 저는 안 그런데요. 지영웅이란 환자 안 나타난다 했더니 외유중이었군요" 그러면서 공연히 쿡쿡 웃는다. 약간의 비웃음을 섞어서, "박사님같이 단단한 바위에 계란을 던지더니 말짱 헛거라는 것을 알았나 보죠" 그녀는 돌아서 나가면서 또 쿡쿡 웃는다. 그의 편지가 아무튼 그녀들에게 청량제가 된 것은 확실하다. 페루까지 찾아가서 무엇을 하고 있나? 공박사는 간호사가 나가자 지영웅의 편지부터 북 뜯는다. 무슨 개같은 소리를 했는가? 앵무새같은 소식인가? 우선 궁금하다. 시인처럼 새들처럼 그곳에서 죽겠다는 것인가? 페루에서? 공박사는 그 연상의 여자가 김영신은 아닐 것을 하느님께 빌면서 편지를 봉투속에 집어넣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