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27일 강한 어조로 "한보의혹"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함에 따라 이번 기회에 "배후세력"의 실체가 드러날지 여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한보에 대한 엄청난 자금지원이 몇몇 정치인의 청탁에 의해서만이루어지기는 불가능한 사안이며 십중팔구는 청와대의 몇몇 핵심인사와 재경원과 금융감독기관의 고위간부가 간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은 또 여권핵심부가 겉으로는 철저한 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현 정권의 핵심인사들이 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청와대나 재경원 고위간부들에게 "말발"이 먹히는 몇몇실세 정치인의 경우 "한보 지원"에 간접적으로나마 개입됐을 소지가 있다고 보고 그들의 연루여부를 탐문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신한국당 주변에서는 이른바 차기주자를 포함한 실세 중 한두명도 이번 사정한파에서 다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여권핵심부가 스스로의 환부를 도려내기에는 너무 부담이 커 이같은 사태로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한보 특혜 관련자"로 국민회의 등이 의혹을 제기한 김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비롯 청와대의 모수석, 민주계의 실세들이라 할수 있는 신한국당의 K, S, C, H의원및 또다른 K의원과 J의원 등 적게는 5~6명 많게는 20여명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정치권에서 거명되는 인사들은 그러나 자신의 관련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보에 대한 금융지원은 정책결정과정의 잘못이 주이며그 과정에서 한두명은 혹시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요즘에는 여당 국회의원들이 몇억원의 대출건을 부탁해도 요건이 되지 않을 경우 거의 대부분 거절되고 이는 국회의원을 통해 청탁을 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 아니냐"며 "재경원이나 금융기관쪽에서 저질러논 일을정치권에 떠넘기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그러나 "여권핵심부는 김대통령까지 거론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수 없을 것"이라며 "보복차원에서한보의혹과 관련없는 정치권의 비리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내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이 "야당에도 피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언급하고 있는 것은 "꼭 한보건이 아니더라도 야당쪽에도 약점은 없지 않을것"을 염두에 둔 엄포라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신한국당측이 정치권 비리설을 확산시키고 있는데 대해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하면 모든 것이 밝혀질텐데 구태여 정치인들의 연루설을확대시킬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다. 야권에서는 또 "정치권이 연루되더라도 어디까지나 여권실세들이지 야권인사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