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이후 밀어닥친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독일기업들은 유례없는 경영난을 겪었었다. 엔지니어링 관련산업이 지난 한햇동안 70억마르크에 이르는 손실을 보는등다임러벤츠를 비롯 독일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거대기업들이 전후 최대적자를경험했다. 1백년의 전통을 지닌 케스보러그룹등은 해체되는 비운을 겪었으며 이로인해쉬바인푸르트등 산업도시들이 과거의 영예를 잃은채 실업자천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50년간 쌓아온 경제력이 수년간의 경기침체로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기업들에 역기능만 한것은 아니다. "경기침체가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과감한 구조개편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에드자드 로이터 다임러벤츠회장의 지적처럼 폐쇄적이며 자기도취적인 독일기업들이 "변신"할수 있는 계기를 준것이다. 침체기를 겪은 독일기업들은 실제로 경영전략 전반에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내부적으로는 노동시장구조의 개선, 대외적으로는 유럽중심 경영의 탈피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독일기업들은 올들어 주요시장과 생산기지를 해외로 확대하는 국제화전략을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비싼 인건비를 지급하면서도 국내 또는 유럽내 생산을 고집하던 과거의 전략을 수정, 해외생산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폴크스바겐사가 지난 80년대중반 중국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세울때 이를 비웃었던 벤츠사및 BMW사가 올들어 미국에 현지공장을 세운것이 그 예이다. 특히 벤츠사는 지금까지의 고급차 생산위주에서 벗어나 값싼 스포츠형의 신형모델을 내놓고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연간 2%정도의 증가에 머무는 유럽시장에 주력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현실인식에 따른 결과였다. 바이엘 바스프 훽스트등 3대 의약품업체들도 특허유효기간이 끝난 다소 값싼 약품을 국제시장에 내놓고 판촉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한 유럽국가들이 올들어 한국등 아시아국가들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하고 나선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작업도 큰 결실을 얻고 있다. 경기침체가 근로자들과 별다른 마찰없이 대량해고를 가능하게 해줬으며 실질임금과 복지의 폭을 줄일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됐다. 그동안 독일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던 "고임금"과 "근로시간단축"을 해소할수 있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다임러벤츠사의 경우 이달초 올해 2만6천명, 그리고 내년에도 8천명을 줄일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사도 근로자들의 별다른 저항을 받지않고 4일제 근무제를 도입,임금을 10%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유럽연합(EU)12개 회원국중 가장 짧으면서도 임금수준은 프랑스 일본 미국등에 비해 40%나 높았다는 사실을 감안할때 독일 경영자들은 경기침체를 체질개선의 "호기"로 적극 활용한 셈이다. 그결과 독일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올들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최근 화학산업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중 생산성이 지난해에비해 11%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바스프사가 지난 상반기중 순이익이 전년동기비 40% 급증하는등 빠른 회복세를 타고 있다. 독일기업들은 한걸음 나아가 정부의 각종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화학산업을 규제하는 법규가 2천여가지, 서류용지로 1만6천장이 넘는다"는펠히트 훽스트사 연구소장의 지적처럼 독일기업들은 연방및 지방정부의 지나친 행정규제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또다른 걸림돌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로비를 강화하고 나섰다. 경기침체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 독일기업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우월주의를 바탕으로한 폐쇄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화를 추진해 나가는 기업문화가 서서히 자리잡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