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20일 서울지하철 신도림역에서 대다수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약 2년5개월 동안 이어진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 등 혼잡시간대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한다고 밝혔다.
“버스나 지하철에서만 마스크를 써야 하는 줄 아는 손님이 많아요.”택시기사 김양완 씨(62)는 30일 아침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손님 두 명을 태웠다. 나머지 세 명은 다행히 마스크를 썼다. 김씨는 “손님에게 줄 여분의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2년3개월 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첫날 전국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을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실내 공간 대부분이 ‘노마스크 존’으로 풀렸지만 대중교통과 병원, 약국 등 감염 취약 시설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탓이다. 의무 착용 기준에 따라 마스크를 쓰고 벗기 복잡하다며 전날과 같이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도 많았다.전국의 상업시설에선 고객들과의 마찰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대형 쇼핑센터에 자리한 약국이 대표적이다. 대형 쇼핑센터는 마스크 의무 착용 시설이 아니지만 약국에선 꼭 착용해야 한다. 서울 신도림동 현대백화점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신모씨(48)는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벌컥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며 “문 앞에 ‘약국은 마스크 착용’이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놔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계속 착용하겠다는 시민도 많았다.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마스크를 쓰느니 계속 착용하겠다는 것. 서울 여의도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강민환 씨(39)는 “당분간 입과 턱만 가리는 ‘턱스크’를 하고 다니려 한다”고 했다.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당분간 마스크를 씌우겠다는 분위기다. 이날 수도권 일선 학교엔 학생 대다수가 마스크를 쓴 채 등교했다. 이날 오전 서울 광장동 광장초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박모씨는 “아이들이 마스크 쓰는 게 습관이 된 터라 일단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학원들 가운데엔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을 풀기로 했다가 학부모들의 걱정에 급히 방침을 바꾼 곳들도 있었다. 서울 독산동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는 김민석 씨(33)는 “학생들 사이에 코로나19가 퍼질까 걱정하는 부모님들의 마스크 착용 요청이 쏟아졌다”고 했다.전문가들도 가급적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의학과 교수는 “마스크를 벗으면 학교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고 가정으로 번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정부가 마스크의 중요성을 국민에게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로 업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서울 명동의 화장품 가게는 마스크로 가렸던 입가를 꾸미기 위해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을 둘러보는 고객들로 오전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게들은 앞다퉈 색조 화장품의 테스트 제품을 평소보다 두 배 넘게 진열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던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색조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며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되면서 매출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헬스장도 신규 고객 맞이 준비에 분주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구모씨(38)는 회원들에게 제공할 운동복 50벌을 최근 새로 주문했다. 구씨는 “러닝머신과 같은 유산소 운동 기구를 마스크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돼 지난주부터 등록 문의가 평소보다 50% 넘게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이광식/최만수/조봉민 기자 bumeran@hankyung.com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지만 등교·등원을 위해 통학버스에 탑승하거나 수학여행, 현장 체험학습 등을 위해 버스를 이용할 때 학생들은 마스크를 해야 한다.교육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에 따라 각급 학교·학원에서 적용할 세부 기준을 27일 밝혔다.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함에 따라 코로나19 발생 이후 약 3년 만에 학교 교실이나 학원에서 학생들이 '노 마스크'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실내 체육관에서도 체육 수업 시 비말이 많이 튀지 않는 상황이라면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다만 교육부는 학교·학원에서 통학버스를 이용할 때는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안내했다.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대중교통에서는 의무가 계속 유지되는 조치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교 통학, 학원 이용, 수학여행·현장 체험활동 등 학교 행사와 관련된 단체 버스를이용할 때 학생들은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통학버스, 단체 버스를 운전하는 직원 역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또한 중대본 기준대로 ▲ 인후통·기침·콧물·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거나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경우 ▲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 또는 고위험군과 접촉하는 경우 ▲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던 경우(접촉일로부터 2주간)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적극적으로 권고된다.아울러 교육부는 중대본 기준을 참고해 환기가 어려운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물리적으로 1m 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고 기준을 구체화했다. 교실 수업뿐 아니라 현장 체험학습, 수학여행 중에도 이 기준은 적용된다.교육부는 또 ▲ 교실·강당 등에서 합창 수업할 경우 ▲ 실내 체육관 관중석에서 다른 사람과 물리적으로 1m 거리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단체 응원 등으로 비말 생성 행위가 많은 경우 ▲ 실내에서 개최되는 입학식·졸업식 등에서 교가·애국가 등을 합창하는 경우 ▲ 그 밖에 실내에서 다수가 밀집된 상황에서 비말 생성행위가 많아 학교장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다고 안내했다.통학버스, 단체버스 등에선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권고되는 경우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별도의 과태료는 부과되지 않는다.한편 교육부는 자가 진단 애플리케이션, 학교 소독·환기 등 방역 지침을 담은 '학교 방역지침' 역시 새 학기 시작 전에 추가 안내할 계획이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이달 30일 사실상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 시중은행의 영업시간도 곧바로 1시간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은행권이 법률 검토를 거쳐 금융 노조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준비에 착수했기 때문이다.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노사는 지난 18일 영업시간 정상화를 주제로 대대표(김광수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간 회담을 진행했다.이 회담은 영업시간 정상화 관련 노사 실무 태스크포스(TF)의 논의가 지난 12일 첫 회의 이후 큰 진전이 없는 가운데, 노조 측의 비공식 제안을 은행연합회장인 김 회장이 받아들여 성사됐다.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30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예상되는 만큼 더는 영업시간 정상화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아울러 향후 노조와의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권이 독자적으로 마스크 해제와 함께 곧바로 영업시간을 1시간 다시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앞서 16일 금융 노사 산별교섭 사측 대표단(SC제일·하나·대구은행장 등) 역시 간담회에서 은행 영업시간 단축과 관련한 국민 불편이 크다는 점에 공감하고, 영업시간 원상 복구를 포함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즉각적' 은행 영업점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줄어든 것은 2021년 7월 12일부터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금융 노사는 일단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한시적으로 합의했다.그해 10월 금융 노사(금융노조-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참여한 중앙노사위원회가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의결하면서 영업시간 단축이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한편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올 들어 더 커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앞서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 4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은 일상생활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는 대면, 비대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은행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영업시간 단축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0일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