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이 진정 재해예방을 위한 법이 되려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눈 앞에 다가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작년 법 제정 이후 그야말로 논란의 화두가 되어 온 이슈 중 하나였다. 그 동안 여러 언론과 간담회 등을 통해 공통적으로 지적되어 온 사항은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법률이면서도 법의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대표이사 외에 별도의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선임할 경우 그 CSO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는지, 기업이 준수하고 경영책임자가 확인·점검해야 하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확보의무의 내용위반을 피하기 위한 면책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인력과 예산은 어느 정도 편성을 해야 하는 것인지 등 법령의 불명확성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제정 이후 해설서를 발간하며 기업들의 우려와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여전히 불안해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에 따른 의무사항을 이행하고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무조건 처벌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법률 자체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 적용에 대한 불신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하여 기업들이 "면책조항 신설"을 호소하고 있는데, 작년말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경영책임 처벌에 대한 면책 규정 마련’이 74.2%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가 ‘처벌’이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이 법은 이미 법률 명칭에 ‘처벌’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고, 그 동안 산업재해에 대하여 대표자는 아무런 형사책임을 지지 않은 채 법망을 피해간 현실을 바로잡고자 이 법률이 도입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업들이 상당한 우려감을 표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은 수사기관과 사법부로 넘겨진 상황이다. 법 시행 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어떻게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필자는 향후 법 적용에 있어서 다음 사항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경영책임자등'이라 함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가 대표이사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데, 후자는 대표이사 외에 안전보건에 관한 최고책임자로서 CSO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CSO를 선임한다고 하여 대표이사가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는 법문언상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 해 11월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배포하며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선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만일 CSO가 안전보건에 관해서는 최종적인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고 대표이사는 경영에만 전념할 경우에는 CSO를 중대재해처벌법상의 경영책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수사기관에서 향후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의 안전보건조직체계상 CSO가 최종 권한과 책임을 가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떠밀려, 눈치보기식으로 법원에 그 책임을 밀며 CSO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피의자로 기소하거나, 혹은 대표이사와 CSO를 모두 기소하는 경우에는 많은 기업들이 CSO를 별도로 두고 조직체계를 개선하지 않을 것이다. 대표이사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CSO를 두는 경우라면 당연히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CSO를 통해 전문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총괄적인 관리를 하도록 한 기업의 경우에는 안전과 보건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자인 CSO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한 것인지를 살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의 내용을 정하고 있는데,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라는 문구가 있다. 다시 말하면 법 제4조가 정한 4가지 의무사항을 이행할 때에는 기업들마다 준비 수준과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기업의 특성과 현실에 맞게 준비하면 면책될 수 있도록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고의범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법리적으로 기업들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 했을 경우 책임이 없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당연히 형사처벌이 될 수 없다. 고용노동부도 기업들의 우려를 의식하여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법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74.2%가 “면책조항 신설”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데, 그나마 기업의 상황과 현실에 맞게 일정한 수준의 준비를 해 두었다면 그 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없거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다했어도 막기 어려운 사고였으므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확신을 가지고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과 구조를 바꾸고,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등 더 관심과 신경을 쓸 수가 있다. "어차피 처벌된다"라는 인식이 만연하는 순간 중대재해처벌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취지는 더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준비상황은 모두 다르다.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과 시스템이 구비된 대기업들은 나름의 준비를 해 왔고, 아직 중소기업들은 준비상황이 부족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법 해석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그 동안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피할 수는 없으므로 기업들은 우선 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설사 그 준비가 미흡하더라도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점차 준비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러는 동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해석과 실제 사건에 관한 수사기관의 처리 결과, 법원의 판단 등이 쌓이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대응 수준과 준비 방향도 더욱 명확해 질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법 시행 후 수사기관의 법 해석 및 법원의 판결이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과잉처벌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법률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죄형법정주의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명확성 원칙인데, 법 시행에 즈음하여 수사기관에서 어떤 원칙과 기준으로 법을 적용할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은 안심하고 안전보건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단기적으로 옥죄기식의 법 적용은 공포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향후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수사기관의 떠 넘기기식, 눈치보기식 기소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작금의 우려는 기우(杞憂)였기를 희망해 본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