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경북 포항

경기 침체·지진 타격 극복
기업 잇단 퇴출·집값 하락 악재
인구 유출…50만명선까지 위협
2017년부터 배터리 소재산업 육성
국내 유일 양극재·음극재 동시 생산

지역 경제도 되살아나
바이오기업·애플 아카데미 등 건립
유출되던 포항인구 작년 반등 성공
아파트 분양시장도 다시 활기 찾아
'갯마을 차차차' 등 촬영지로 각광
포항=신경훈 기자

포항=신경훈 기자

한반도 동쪽 끝에 자리한 경북 포항. 2015년 철강경기가 호황일 때만 해도 울산 못지않은 부자도시로 다른 도시의 부러움을 샀던 곳이다. 하지만 이후 불어닥친 세계 철강경기 침체에 2017년 규모 5.8의 지진이 겹치면서 포항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발(發) 공급과잉 여파로 철강 생산·소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지면서 △철강 기업 퇴출 △인구 유출 △집값 폭락 등의 악재가 잇따랐다. 2019년 말에는 인구 51만 명 선이 무너졌다. 2015년 52만 명이던 인구가 2019년 50만7025명으로 4년새 1만3000여 명이 줄어든 것이다.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스페이스워크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는 스페이스워크

그랬던 포항이 최근 ‘대한민국 배터리 특구’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철강산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2017년부터 배터리(2차전지) 소재산업 육성에 나선 지 5년여 만에 전고체와 양극재, 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전 분야에서 국내 1위 생산 도시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포항은 ‘갯마을 차차차’ 등 인기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를 얻으면서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치유하는 힐링 해양관광지로 새 명성을 얻었다. 그 결과 전국의 기업과 관광객들을 빨아들이는 분위기다.
배터리로 ‘잭팟’
국내 1위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는 포항 영일만산업단지 내 33만㎡ 부지에 2025년까지 총 2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통 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에코프로 포항캠퍼스’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 추출부터 양극재 소재 생산, 리사이클링(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공급 모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고용인력만 2400여 명에 이른다.

포항캠퍼스에 지난해 말 들어선 에코프로EM은 전기자동차 40만 대 분량의 배터리에 들어갈 수 있는 양극재를 생산한다. 양극재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급능력과 생산성을 갖췄다.

인근에는 리튬 가공 계열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리사이클링 전문업체 에코프로CnG 등이 들어서 있다. 주변의 블루밸리 국가산단에는 포스코케미칼이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같은 통 큰 투자 덕분에 포항은 우리나라에선 유일하게 전고체와 양극재,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지난해 9월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인 GS건설의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포함하면 포항 배터리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지금까지 3조5500억원에 이른다.

포항시는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투자가 마무리되는 2025년에는 2차전지 소재 상용화, 배터리 자원 순환, 탄소밸리로 이어지는 ‘K배터리 글로벌 특구’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정호 포항시 일자리경제국장은 “4년 후에는 전기차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전고체 생산량만 25만t으로 지금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난다”며 “배터리산업이 제2의 영일만 기적을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지표도 ‘훈풍’
포항은 지난 5년간 배터리와 바이오헬스, 에너지 등의 신산업 분야에서 총 42개 기업, 6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여파 속에서 지방 기초자치단체 중 연간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이룬 곳은 포항이 유일하다.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는 한미사이언스 등 첨단 바이오기업 네 곳이 총 40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면서 바이오 클러스터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인 애플은 지난해 9월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및 개발자 아카데미를 포항에 건립하기로 했다. 포항시가 252억원을 투자해 포스텍에 문을 연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에도 첨단 바이오 기업이 연이어 입주하고 있다.

그 결과 장기간 얼어붙었던 포항 실물경제도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급격히 감소하던 포항 인구는 2020년 말 50만2916명에서 지난해 말 50만3852명으로 936명 늘었다.

지난해 10월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 생산액과 수출액은 물론 주택 건설투자와 관광소비 등 실물경제 전 부문에 걸쳐 경제지표가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포항에서 12개 아파트 단지, 총 8491가구가 분양됐다.

올해도 13개 단지, 1만4676가구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포항시는 지진 피해가 큰 흥해지역을 중심으로 2024년까지 2257억원을 투입해 행복도시 어울림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29개 특별재생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시민도시 포항’ 선포
세계적인 배터리 도시로 새로운 도약 기반을 다진 포항시는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말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세계시민도시 ESG 포항’을 실천할 것을 선포했다.

포항형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방향은 크게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자원순환, 사회적 책임, 열린 소통 강화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민간 중심의 ESG 펀드 조성을 지원해 ESG 관련 창업과 민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민들의 민생 안전 주거 문화 등 모든 생활분야에서 가장 살기 좋은 더 큰 포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이를 기반으로 경제와 환경, 복지 등 전 분야에서 ‘희망특별시 포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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