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임금피크제 판결 이후 노동계에서 줄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이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임금피크제 문제가 노동계 하투(夏鬪)의 뇌관이 될까 봐 산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은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무효라는 취지였다. 합리적 이유가 없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제동일 뿐, 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논란이 많았던 통상임금 문제보다 더 복잡한 경우의 수가 산업현장에 널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무효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한다. 임금피크제는 2015년 노사정 합의로 시작된 세대 공존의 상생 제도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기업 인건비 부담을 줄여 청년 채용에 활용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었다. 노조가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제도 자체를 엎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은 노동계에 봄날 같은 시간이었다. 강성노조는 마치 치외법권에 있는 듯 법을 무시하는 횡포를 일삼았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키웠다. 노동계가 직접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만 70여 개에 이른다. 노조가 ‘최상위 권력’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양대 노총도 이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게 마땅하다. 떼쓰기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도 임금피크제 다툼이 일어날 사업장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보다 명확한 법 정비로 혼란을 최소화하되 호봉제가 직무급이나 역할급제로 전환되도록 근본 해결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미비한 입법을 방기한 국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금피크제 취지를 살리는 보완입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