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년 장수기업 P&G가 "100년 더!"를 외치는 까닭

올해로 회사설립 184년 차를 맞은 P&G는 사업 초기부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시선이 남달랐습니다. P&G는 1924년 글로벌 대기업 최초로 소비자 시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사고방식은 현재 P&G가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비자 니즈를 예측하는 근간이 됐습니다. 회사는 1941년엔 고객 서비스 부서를 만들어 고객들의 문의와 불만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기업 최초로 소비자 시장 조사 진행한 P&G

시간이 흘러 데이터 시대가 도래하자 P&G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P&G는 매년 2만 건 이상의 소비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고, 어떤 혁신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고 합니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합니다. P&G의 스킨케어 브랜드 SK-II가 2018년 일본과 중국에서 선보인 ‘퓨처X 스마트 스토어’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AI가 피부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해 제품 선택을 도와주는 스마트 스토어인데요, SK-II는 고객 빅데이터를 수 년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이같은 혁신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P&G는 AI를 활용한 고객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P&G는 2019년 싱가포르에 AI 분석센터 ‘i-SIDOC’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이 센터에서는 AI를 활용해 상점 주변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의 정확한 프로필과 구매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가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소비자 정보를 활용하면 현지 제조사보다 더 정확하게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연구·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AI부터 클라우드까지…고객 연구·개발 최우선

P&G는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관리합니다. P&G는 이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굴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유아들의 24시간 일상을 모니터링한 데이터를 전자 제조업체 로지텍과 함께 연구해 만든 어린이 수면 루틴 시스템 ‘루미 바이 펨퍼스(Lumi by Pampers)’가 그런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오랄(Oral)-B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치열에 최적화된 둥근 칫솔모 디자인을 전동 칫솔에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P&G는 구글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의 빅쿼리(BigQuery)와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통해 소비자 통찰력을 제품 개발에 통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더욱 풍부한 제품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서도 P&G의 이같은 경영 방식은 빛을 발했습니다. 코로나19는 P&G가 과거에 쌓아왔던 데이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습니다.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 위생에 관심이 커지는 등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기존과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P&G는 곧바로 새로운 AI와 알고리즘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P&G 매장을 찾는 50억 명 이상 방문자를 다시 처음부터 분석해 이들의 새로운 쇼핑 방식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렇게 P&G는 회사를 빠른 배송, 원격 근무 및 디지털 상거래에 집중하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업체로 탈바꿈시켰습니다.
184년 장수기업 P&G가 "100년 더!"를 외치는 까닭
이런 혁신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P&G의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2억7000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29억2000만달러)보다 11.9% 증가했습니다. 소비자 대표 필수품 10개 카테고리에서 무려 65개 개별 제품 브랜드를 가진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 P&G. 이러한 성공 뒤에는 철저한 고객 조사와 AI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배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