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바이오기업들이 잇달아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뭉칫돈’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갖고 있거나 든든한 모기업을 둔 회사들이 주인공이다. 업계에선 실력이 검증된 될성부른 바이오벤처에 투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중국 에스테틱전문기업인 아이메이커테크놀로지에서 1554억원을 투자받았다고 24일 발표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지난 4월 휴온스글로벌의 바이오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다. 휴온스의 보툴리눔톡신 휴톡스(국내명 리즈톡스)를 중국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아이메이커는 시가총액이 26조원에 달하는 중국 선전증시 상장사다.

아이메이커는 휴온스글로벌이 보유한 휴온스바이오파마 주식 42만 주를 535억원에 매입하고, 신주 80만 주도 1019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주식 매입이 마무리되면 아이메이커는 휴온스글로벌(지분율 74.6%)에 이어 휴온스바이오파마의 2대 주주(25.4%)가 된다.

항체 기반 신약벤처기업 오름테라퓨틱도 전날 IMM인베스트먼트 등 10개 벤처캐피털(VC)에서 600억원가량을 유치, 누적 투자금액을 1036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오름테라퓨틱은 차세대 항암약물접합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업체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지아이이노베이션도 상반기에 1600억원을 조달했다. 2조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VC 등 재무적 투자자(FI)뿐 아니라 SK, 제넥신 등 전략적 투자자(SI) 자금도 450억원가량 끌어모을 수 있었다.

작년 10월 문을 연 알토스바이오로직스는 벌써 605억원을 투자받았다. 모회사인 알테오젠으로부터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ALT-L9)를 기술이전받은 걸 투자자들이 높이 산 덕분이다. 이 밖에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업체 스탠다임(500억원)과 항암바이러스 개발업체 진메디신(300억원)도 올 상반기에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는 “투자업계 트렌드가 여러 바이오기업에 분산투자하는 것에서 신약 개발 등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에 집중 투자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트렌드는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올 1분기 투자액(1조2455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7732억원)보다 61.1%나 증가했지만 투자 기업 수는 37.8%(405개→558개) 늘어나는 데 그쳐서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바이오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업계의 오랜 격언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분야”라며 “투자업체의 ‘옥석 가리기’를 통과한 바이오기업에 돈과 사람이 쏠리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오상헌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