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 선점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진출이 어려운 만성질환 의료기기 분야. 아이센스는 이 분야에서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2013년 코스닥 상장 이후 연매출 상승세가 꺾인 적이 없는 아이센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2037억 원, 영업이익은 305억 원에 달한다.

아이센스는 광운대 화학과 교수인 차근식·남학현 대표가 학교 실험실에서 의기투합해 2000년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는 자가 혈당측정기인 ‘케어센스’다. 국내에서 이 분야 시장점유율 35%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동으로 혈당을 수시 측정해주는 연속 혈당측정기와 함께 현장진단(POCT) 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원격진료 역량을 확보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아우른 한국 대표 현장진단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혈당측정기 시장 공략 이끈 비밀 3가지
케어센스가 출시된 2003년만 해도 국내 자가 혈당측정기 시장은 로슈, 라이프스캔, 애보트, 바이엘 등 다국적 헬스케어 기업들이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이센스가 자가 혈당측정기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며 수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아이센스는 시장 공략을 위해 세 가지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뛰어난 성능, 위탁생산(OEM)·위탁개발(ODM) 집중, 대리점→직영점 전환 국면 등이다. 우선 아이센스는 경쟁 제품보다 스펙이 앞선 제품을 내놨다. 당시 경쟁 제품은 채혈 후 혈당을 측정한 결과가 나오는 데 30초~2분이 걸렸다. 아이센스는 이 시간을 5초로 줄였다. 자가 혈당측정기는 보통 손끝에서 혈액을 채취한다. 경쟁사 제품은 채혈량이 2㎕(마이크로리터) 정도였다. 손끝에 맺힌 핏방울이 흘러내릴 수 있을 만큼의 양이다. 아이센스는 4분의 1 수준인 0.5㎕로 채혈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OEM과 ODM에 집중했던 덕도 봤다. 의료기기 시장은 제품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의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신규 플레이어였던 아이센스는 국내에선 자체 브랜드로, 해외에선 해외 의료기기 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판매 전략을 이원화했다.

예컨대 미국 혈당측정기 업체인 아가매트릭스가 아이센스의 제품을 공급받은 뒤 다시 이 제품을 프랑스 사노피에 납품하는 식이다. 남 대표는 “OEM, ODM로 선진국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해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 분위기도 아이센스에 호재가 됐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 혈당측정기 매출을 늘려가던 해외 기업들은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위해 대리점에서 직영점으로 유통 방식을 전환하던 중이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대리점들은 대체품을 찾아야했다. 자연스럽게 성능이 좋은 아이센스 제품이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2012년 뉴질랜드 정부의 혈당측정기 입찰 계약을 따내면서 대외 신뢰도를 쌓았다. 체결 후 10년째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뉴질랜드 공급이 계속되고 있다.

연속 혈당측정기로 제품 차별화
차세대 제품 개발도 완료됐다. 아이센스는 5분마다 혈당치를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연속 혈당측정기 개발을 마쳤다. 기존 자가 혈당측정기가 손끝에서 혈액을 채취했다면 이 제품은 팔뚝 등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다. 허가 임상을 올해 안에 마치는 게 목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임상 진입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놓고 조율 중이다.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사용 대상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체내에서 인슐린이 거의 생성되지 않는다. 인슐린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혈액에서 세포로 옮겨주는 역할을 한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투여받지 못하면 세포 속 영양분이 부족해지는 ‘저혈당 쇼크’ 상태에 이른다. 저혈당 쇼크가 오면 뚜렷한 징후 없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제1형 당뇨병 환자들은 하루 8번씩 혈당치 측정을 해야 한다.

아이센스는 연속 혈당측정기의 1회 사용 기간을 15일까지 늘렸다. 경쟁사 제품은 7~14일간 사용 가능하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이 회사는 해외 경쟁사 제품 대비 절반가량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케어센스의 상용화에 성공했던 만큼 유통, 품질관리(QC) 측면에서도 우려가 없다는 게 남 대표의 설명이다.

POCT 매출 비중 20%→30%로 확대
아이센스는 POCT로 제품군을 넓히는 데도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의 83%를 혈당측정 분야에서, 17%를 POCT 분야에서 냈다. 2025년까지 POCT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이센스의 대표 POCT 제품은 혈액응고분석기, 전해질분석기다.

혈액응고분석기는 혈액이 응고된 시간을 측정하는 데 쓰인다. 수술 중의 출혈이나 혈전증으로 인한 혈액 응고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다. 업계에선 세계 혈액응고분석 시장 규모를 1조2000억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아이센스는 병원에서 쓰이는 혈액응고분석기를 소형화해 가정용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소형화한 제품 수요가 늘었다.

세계시장 규모가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전해질분석기에서도 제품 소형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해질분석기는 몸속에 있는 전해질의 균형 상태를 확인해주는 의료기기다.

아이센스는 이 제품을 혈액 속 이산화탄소·산소 농도를 측정하는 혈액가스 분석기와 연계해 판매 중이다. 남 대표는 “중소형 병원에서 임상병리사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전해질 분석기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선 전염병 진단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IgG·IgM 항체 형성 여부를 확인해주는 진단키트로 지난달 수출허가를 획득했다. 민감도는 97% 수준이다.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중화항체 진단키트도 개발 중이다.

아이센스는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공급 중인 프리시젼바이오의 최대주주(29.13%)이기도 하다. 아이센스가 정밀분석에 집중한다면 프리시젼바이오는 신속진단 위주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론 국내를 대표하는 체외진단기기(IVD)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남 대표는 “한국과 미국에서 원격진단 모니터링 기업과 화학 분석 기반 진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분투자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며 “원격진단 분야에서 우리가 가진 제품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물색 중이다”고 말했다.
[유망기업] 아이센스, 연속 혈당측정기 이어 POCT 시장 공략 나서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