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애플과 '헤게모니' 전쟁 돌입

① 페이스북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 인터넷 자유 제한" 비판
② 페이스북, 데이터 개방성 기반 온라인 광고시장 1위 누려
③ 애플 '프라이버시' vs 페북 '개방성' → 기술패권 싸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사진=AP연합뉴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애플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애플이 내년부터 앱 개발사가 사용자의 데이터를 추적할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추가 '관문'을 넣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프라이버시 강화 정책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사업을 하는 페이스북 입장에선 '맞춤형 광고'를 하기 어려워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어느 회사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인터넷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빅테크 전쟁, 무슨 일이?
페이스북은 지난 16일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일간지에 애플의 정책을 비판하는 전면광고를 냈습니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애플은 내년 초 있을 아이폰 운영체제의 업데이트를 통해 앞으로 승인받지 않은 채 이용자 정보를 추적하는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앱스토어에 있는 모든 앱들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이를 활용하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전면광고는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애플 프라이버시 정책에 반대하는 페이스북의 신문 전면 광고

애플 프라이버시 정책에 반대하는 페이스북의 신문 전면 광고

페이스북은 애플이 앱스토어에 대한 통제력을 이용해 앱개발자와 중소기업들을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수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반경쟁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페이스북이 이날 낸 전면광고를 보면 "우리 데이터는 개인화된 광고가 없을 경우 평균적인 소기업 광고주들이 광고비 1달러당 60% 이상의 매출 하락을 보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며 "개인화된 광고에 대한 제약이 우리 같은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이 변화는 소기업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임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쓰지 말 것도 지시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전면광고가 나오기 하루 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임직원들에게 애플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IT업계에선 저커버그의 이 같은 지시가 최근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은 여러분의 개인 사생활을 거래하지 않는다"며 "프라이버시는 우리에게 인권과도 같으며, 그것은 시민권"이라고 한 발언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이용한 광고를 사업모델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팀 쿡의 이 같은 발언이 페이스북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팀 쿡은 페이스북이 수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도용당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로 궁지에 몰렸을 때 언론이 "당신이 저커버그 같은 처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나라면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하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을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곧장 저커버그는 "극도로 입에 발린 말"이라며 반발했고, 페이스북 역시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팀 쿡은 끊임없이 우리 사업 모델을 비판했고, 저커버그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썼습니다.
저커버그, 화난 이유
저커버그가 이토록 화가 난 이유는 애플의 조치로 인해 페이스북 전체 매출 중 98%를 차지하는 온라인 광고 사업이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올 3분기 전체 매출액 214억7000만달러, 이중 광고부문 매출 212억21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별도로 집계된 인스타그램 매출까지 합치면 페이스북은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을 제친 전 세계 1위 온라인 광고 플랫폼입니다. 1000만명의 고객사가 현재 페이스북의 광고주로 있습니다. 개인의 관심사를 인공지능(AI) 딥러닝 방식으로 추출, 이 같은 데이터가 필요한 중소 사업자들에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고객사를 끌어모았습니다.
페이스북 앱. <사진=로이터>

페이스북 앱. <사진=로이터>

애플이 내년부터 시행할 프라이버시 강화 정책으로 페이스북은 중소사업자들에 제공하던 '소비자 맞춤형 정보'를 더이상 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이폰 사용자가 페이스북 앱을 실행시켰을 때 '페이스북이 당신의 활동을 다른 회사 앱과 웹사이트에 걸쳐 추적하는 것을 허락할까요?'라는 팝업 창을 띄워, 허락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 추적을 막게 됩니다. 이럴 경우 페이스북은 당연히 광고주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애플의 조치로 광고 매출이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디지털 광고업계에선 데이터 추적과 관련한 팝업 창이 뜰 경우 90%에 가까운 이용자가 '거절' 버튼을 누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 반발의 핵심은 애플과의 돈 버는 방식이 정반대라는 점 때문이며, 어느 회사가 이기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인터넷의 모습이 바뀔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빅테크' 기업의 비즈니스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것이죠.

애플은 '프라이버시 비즈니스'를 향후 IT 기술 패권을 쥘 수 있는 새로운 전략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은 2016년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인 '차등 사생활(differential privacy)'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특정되는 데이터값 대신 근사치로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 과정으로 보정하는 식입니다. 또 지난해에는 구글과 페이스북 대비 한층 강화된 '애플 로그인'을 선보인 데 이어, 연초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0)에선 "애플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프라이버시를 고려하며, 팀 쿡부터 애플 전체에는 프라이버시를 최우선하는 문화가 있다"며 이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소상공인과 인터넷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정보 편익을 높이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키려면 '데이터 개방성'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는 뼈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2018년 3월 페이스북이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통해 약 8700만명이 넘는 사용자 데이터를 유출시킨 사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3자에게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너무 쉽게 넘겨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뒤 저커버그가 직접 사과한 사건입니다. 향후 '프라이버시' vs '데이터 개방성' 중 인터넷 헤게모니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이번 애플의 조치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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